명작 스캔들                                    

장 프랑수아 세뇨 지음 김희경 옮김 이숲 刊

요즘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미인은 무죄다’ 라는 판결로 사형을 모면한 프리네.
아름다운 프리네를 모델이자 정부로 삼았던 프락시텔레스는 과연 어떤 계기로 모델의
옷을 벗기고 알몸을 조각하기 시작한 역사상 최초의 조각가가 되었을까? 보다는 그가
솔직히 부럽다. 사랑하는 절세의 미인과 좋아하는 천직에만 천착할 수 있다니 그 얼마
나 홍복인가. 

저자 장 프랑수아 셰뇨는 프랑스 주요 일간지 파리 마치의 문화부장 겸 편집 부국장으
로 오랜기간 이 책을 구상해 왔고 집필전 여러 차례 취재 여행을 떠나 현장을 둘러 보
았고 다수의 미술사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저자의 현장주의와 자료적 탐미주의가
이 책에 그대로 녹아 읽는 이에게 명작의 감동과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자극을 주고
명화를 다룬 비쥬얼도 깔끔하니 우미優美하기 그지 없다.

물론, 예술작품에 스캔들이랑 에피소드 따위가 꼭 곁들여야만 명작의 필수조건은 아니
지만 스캔들이나 에피소드가 없는 명작도 너무 무덤덤 하잖을까. 작가의 예술 혼과 열
정과 욕망까지도 승화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고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짝퉁 예술품으로 한 판 걸직하게 일세를 풍미한 한 판 메이헤른Han van Meegeren 은
걸출한 위조범이다. 그가 스스로 자백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짝퉁 모조예술(?)을 그리는
것도 그만의 예술에 공헌하는 방식이며 엄청난 재능이 아닌가. 어쨌거나 예술의 세계는
흥미진진하며 이 명작 스캔들 책은 두고두고 즐겨야할 몇 안되는 책으로 분류한다, 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아포리즘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윽한 예술작품의 세계속
에도 스캔들이 있고 에피소드가 있으며 해프닝도 존재함으로 그 가치는 더욱 더 깊이가
있는 것이리라. 번역도 불어 전문 번역가의 예술적 안목을 거친끝이라 매끄럽기도 하고,
아닌 게 아니라 웬만한 소설보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명화(영화 아닌) 이야기다.

명작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