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에세이스트 36                                 

에세이스트사 36,  2011 3·4월

바야흐로 춘삼월이다. 화사한 봄 날에 아주 잘 써진 수필들을 읽음은 사치에 다름 아니다.
이웃 일본은 트리플 재앙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필을 못읽어 그런 탓인지 또 상투적인 독
도가 지네 땅이라고 공허한 떼를 쓴다. 그들이 지진에 안전한 땅에 갈급하여 독도를 물고
늘어지는 심경은 십분 이해하고라도 안 된 것은 안 된 것이고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다.

각설하고, 이 만물이 소생하는 신춘에 예외 없이 나온 에세이스트 36 권에도 넘쳐나는 글
들의 향연에 흠뻑 취해 나른해 질 정도다. 영락 없이 초대 수필로 시작하여 역대 문제작가
들의 주옥같은 수필 륵선 8편을 거쳐 요번 참의 36호 문제작가로 류영하씨의 수필 4 편까
지 한달음에 읽어 내린다. 그리고는 반추로 다시 새겨 읽는다. 마음이 시서화 文筆藝로 흡
족해진다. 그럼 됐잖는가.

정종섭 씨의 거연서창2 가 그렇다. 道在道라는 화두로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
라도 여행을 다니라고 부추긴다. 물론 유희를 목적으로 놀러다니라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누릴 여유를 찿는 그랜드 튜어를 말함이다. 尋春莫須向東去 西園寒梅己破雪 라는 어느 선
사의 문구 하날 음미하며 잘 터득한다. 봄을 찾으러 꼭 동쪽으로 가지만 말아라 서쪽 정원
에 눈을 뚫고 나온 겨울 매화를 즐긴다는.

요즈음에 한창 트랜드로 뜨고 있는 '**란 무엇인가'라는 의문부형 제목에 걸맞게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드디어 언급이 되었다.  꽤나 고졸한 문학 수필지인 에세이스트 36 권 속에서
홍순애씨의 월평으로 '수필 그 장르의 견고성'이라는 수상하지만 범상치 않은 글이 발견되
었다.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서사의 갈증을 가끔은 해갈시켜 준 경쾌함과 함께 도래했다.

홍순애 씨의 말마따나 수필이 감상, 만필, 소품, 수상, 잡록이라는 부제로 발표되며 문학의
장르(집) 하나 변변치 못해 곁방살이로 떠돌다 다니다가, 급기야는 1930 년대 이태준에 의
해 '자연, 인사, 만반에 단편적인 감상, 소회, 의견을 경미 소박하게 서술하는 글' 이라 정의
했단다. 참 소박하지만 정곡을 찔렀다. 오늘에 이르러 당당히 문학의 장르로 자리매김했고
수필의 단행본 시대를 넘어 전문 수필잡지도 숱하게 나오는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렀다.                           

축복을 받는 느낌의 글과 그 여운. 어쩌면 죽음이란 잘 써진 수필을 더 이상 읽지못하게 되
는 것이리라. 독자가 비록, 쁘띠 에세이스트로 취급될지언정 끝내 수필에 탐닉하리라.
 

에세이스트, 김종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