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수필전집 누비처네 /           

목성균 지음 김종완 해설 연암 서가 刊

잔잔함으로 그득찬 수필의 진면목을 읽는 기분은 고급 레스토랑의 정식 코스보다 낫다.
조미료 향신료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맛을 보는 글이 아니다. 질박하지만 무광택의 뚝배
기에 배인 삶의 편린들이 독미讀味를 감치게 하는 글들이다. 과문한 탓이지만 목성균을
이제서야 알아 먹다니 심히 부끄럽다. 진즉 즐길 수 있었는 데 되게 아쉽고 짠하다.

인생 살 것 다 살고, 삶의 끄트머리 10 퍼센트 남짓을 불꽃같이 치열하게 쓰고 훌쩍 가
버릴 수 도 있는 것과, 박완서처럼 삶을 오래토록 영위하며 글을 쓰다가 인사유명해가며
가는 수도 있는 게 글 쓰는 이들의 고종명 트렌드인가 보다. 어느 경우든 부럽기 그지없
는 회한 없는 삶이겠다. 글로

'누비처네'는 목성균 수필전집의 대표 제목이다. 우리네 누비 이불 겸 애기를 둘쳐 업는
용도로 첫 아이를 가져 본 사람들의 영원한 추억거리를 제공하는 가슴 뛰게하는 귀물이
다. 장롱 깊숙이 자리하고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고향 그 자체다. 그 누비처네를 목성균
은 고단한 삶을 영위하던 애기의 아비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구성지게 잘도 버무려 녹여
낸다. 가족에 관한 뭉쿨한 이야기를 듣는 듯 읽는 맛이 처연하다.

게다가 목성균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굴곡진 삶도 곡진하게 담아 냈으며 소설적인 수필
은 생경하지만 좋을 뿐이다. 스토리텔링이 도입된 서정적인, 마냥 서정적인 목성균전집
은 독자의 어줍잖은 글쓰기의 멘토링이 되는 전과책으로 바이블로 매김해 둔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E-Book 등등의 열풍으로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에 산다. 인터넷과 스마트 환경에서도 글 잘 쓰는 것이 최고의 로망인만큼 어쿼스틱
하고 비일렉트리오닉한 글을 쓰고 싶어진다. 인터넷 세계에서나 통하는 저급한 글쓰기에
질려 버린 우리에게 목성균의 글은 잘 꿰어진 주옥같은 보배 글이다.

목성균의 글은 별다르게 함축된 의미 없이 바로바로 소화되는 물기 촉촉히 머금은 글들
이다. 꼭 광채가 나는 글이 아니드래도 정갈하고 마알간 글로 감탄해가며 샤워하는 호사
를 누린다. 목성균 수필 전집은 한 편 한 편 되새겨 읽을 때 마다 말간 글로 세례를 받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슨 글이 이리도 좋단 말인가, 글에도 작가주의니 인상파니 큐비즘이니 장르를 가른다면
목성균의 글은 그야말로 잔기술 없는 그래픽 개념을 대입하지 않는 자연주의다 자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