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      

임석재 지음 컬쳐그래피 刊

컬쳐그래피사는 디자인 관계 건축 전문 출판사답다. 그들이 우리 건축과 서양 건축을 함께
읽으면서 비교우위론을 따지자는 게 아닌 통섭적 건축양식을 챙겨보자는 의미있는 책이다,
정갈한 사진과 스마트한 건축적 안목과 심미안을 고양해 주는 북테인먼트booktainment가
되는 책이다. 참 기분 좋은 책이다. 고졸함과 졸박拙薄한 미적감각이 세한도'스럽다.

양의 동서고금 건축물을 비교우위 측면이 아니라 외려 컨버젼스 개념으로 폭넓게 비교분석
하고 건축미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데에 호가 난 건축사학자 임석재의 대표작을 리모델링해
서 더욱 가치를 제고했다. 기분이 좋아지고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니 아껴가며 들춰 보는
몇 안 돼 책장의 전면에 장치해 놔야겠다.

건축에 관한 열여덟 가지 주제로 한국 건축의 특징을 짚어보고, 이와 비슷하면서도 결코 같
지 않을 아키텍쳐architecture를 가진 서양 건축과의 비교를 통해 인문적 성찰에 이르는 건
축교양서적이다. 건축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깊은 독자들에게 바이블 같은 책이기도 하다.
반듯한 사진으로 건축물의 구성원리와 감상법까지 이해를 도와주니 건축적 성취감이 크다.

저자 임석재는 서울에서 나 역시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 연구로 미
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건축학을 인문 사회 분야로 융합을
시도해 무려 39 권이나 되는 철학이 스민 건축책을 저술한 열정적 건축가이다. 독자는 저자
의 안내로 건축구조물을 관람하는 식견과 안목을 부여받으니 책을 보는 동안 기뻐하기만 하
면 된다. 비록 딱딱한 학문일지라도 명쾌한 책읽기로 푸석해진 정신이 맑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개심사 심검당과 범종각에 휘고 못난 나무 생김새 그대로 기둥을 세웠으니 우리네 선조들의
비정형 비대칭의 멋부리기 종결을 보는 듯하다. 체코 프라하에 지어진 프랭크 앤 진저 빌딩
의 해체주의와 맥락을 이어서 본다. 그 빌딩은 일부러 찌그러진 모습으로 현대 건축공학으로
정밀한 구조 계산으로 지어졌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개심사 범종각은 운치마져 깃든다.

병산서원의 만대루 골조미는 X-ray 가 보여주는 섬찍한 적나라와 별다른 서까래를 넘어서는
고졸미를 보여준다. 우리네 건축미는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리고 비우고 치우고 기본 단위로
만 미학을 추구하는 현대적 디자인 개념으로, 미니멀리즘 less is more의 원형질이 아닌가.
 
한국 건축과 서양 건축을 단순한 대칭적 대립 구도로만 이해했던 비교적시각을 탈피해서 두
건축 세계에 대한 비교와 분석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건축물을 돌아보고 우리 건축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려는 미필적 의도가 엿보인다. 그것만 해도 이 책의 진가를 알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