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           
김영두 옮기고 풀어씀 푸르메 刊 

이 책을 쓴 김학봉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학봉 김성일은 일본에 부사로 파견
되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와 왜사 군사를 일으켜 조선을 침략할 기미
가 안 보인다고 보고했다가 임지왜란을 맞아 지난날의 과오를 씼는다며 의병들과 함께 맞
서 싸우다가 순절했다. 그는 퇴계의 빼어난 수제자로 영남학파의 큰줄기를 이루었지만 후
세에 유감을 사는 형편이다. 이 싯점에서 독자도 그의 그릇된 판단은 차치하고 학문의 서
권기 문자향만 취한다.

어쨌거나, 감히 퇴계 이황의 퇴계어록을 다룬 책을 읽으려니 역시 난해하긴 매마찬가지다.
선현들이 이루어 낸 대학업의 경지의 울타리에서도 엄두가 나지 않지만 20가지 주제로 사
람이 사는 도리를 위해 퇴계 이황 선생의 웅숭깊은 지침을 따라가 본 셈이다. 저자 김형두
님의 풀어서 해례해 주었으니 한결 손 쉬워졌다. 마침 지난 여름 휴가 때 안동 소수서원에
다녀온 감회도 반추할 겸.

퇴계 선생의 理와 氣는 성리학의 핵심이다. 고봉 기대승과 四端七情 논쟁은 비록 그 디테일
은 몰라도 선현들의 기싸움 정도로 이해했던 부분이였는 데 이치에 맞는 삶의 도리를 따진
것이리라. 理과 먼저냐 氣가 먼저냐 하는 율곡 이이 선생의 비판도 받았다지만 군자는 소인
배들이 떠든다고 말과 행동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이르심이다. 

또한 책읽기에서 퇴계는 熟讀으로 그 뜻을 깊이 새겨 심성을 기를고 학문을 이룩하는 경지
로 가야 한다는 주자학적 독서법이다. 책을 읽어서도 심성이 길러지지 않는다면 제아무리한
독서량이 많다 한들 그 무슨 소용이 닿겠으며 무슨 도움이 되느냐면서 요즘의 정독을 요구
하신다. 또한 선생이 말씀하는 接人은 요즘의 대인 관계에 비추어 보면, 상대를 위하여 의관
을 정제하는 정중함과 법도를 중시하신다. 곧 接賓客은 班家의 日常事를 이르심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접대는 쉽지 않은 격식이며 매너의 영역이다. 신사의 본분이며.

가정상비책으로 모셔 놓고 퇴계선생을 멘토로 삼아 인간 관계로 심경이 복잡할 때에 정신의
좌표를 찾아보는 두고두고 반추해 볼 책이다. 시대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틀리고 다소, 시의
에 어긋나는 가르침도 지식으로 습득하면 된다. 선현의 가르침이 하나도 틀린 것이 뭐 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