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김훈태 지음 갤리온 刊

커피란 무엇인가. 즉답인즉슨, 커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독해력이 선명하지 못할 때
에 한 잔 마시면 지적인 상태로 몰아가는 기호식품이다. 그러나 커피는 카페인 투성
이며 대마초에 필적할 중독성 천연 식물이라는 부수적인 대답도 준비해얄 것 같다.

책 제목이 대뜸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형이다.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뿐이 없는 현실이다. 이 책은 원두 커피톤으로 장정조차 예쁘게 꾸며진 지극히 커
피스럽다. 이 책 중에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지
적 음료 입니다" 라는 말에 적극 동의하지 않지만, 멋드러진 문장으로 핸드드립 커피
에 미숙한 독자의 긴장을 무장해제 시킨다.

비록, 이미 가루로 분쇄되고 인공 헤이즐넛향이 가미된 짝퉁 원두커피에 커피머쉰으
로 데워진 물을 부어 마시며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 하느냐'는 책을 뒤적거리니 머쓱
하긴하다. 독자는 하루 댓 잔의 스틱형 인스탄트커피 없이는 정신세계마져 피폐해지
는 커피 폐인이다. 달달하고 중성지방 투성이 300원 짜리 자판기 커피에서부터 브랜
드형 유명 커피 전문점의 그 잘난 커피까지 종류와 향과 맛과 프라이스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즐기고 있다.

커피하면, 역전 다방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신부 화장으로 단장한 한복 
차림의 마담이 흩뿌리던 색정어린 미소를 어찌 잊겠는가. 솔직히 다방 마담에게 한번
쯤 찝쩍 거려보지 않은 자는 손들어 보라.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홀짝거리던 커피나
오늘날에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깔린 자판기 커피는 정내미는 없어도 커피홀릭에겐 향
정신성의약품에 다름 아니지만 그 다방 커피는 찐한 향수 마져 풍기지 않던가.

커피 애호가 사이에 공정 거래로 들어오는 커피나 또는 유기농재배 커피에 대한 관심
이 상당하다. 원산지 커피 노동자들이 커피 농장에서 종일토록 일하고 받는 임금이 커
피 1Kg/1 달러도 안된다는 것이 딱하지만 그 게 뭐 어때서 우리가 왈가왈부해야 하나.
아침마다 바뻐서 굶기일수인 직장인을 타겟으로 달걀 하나 넣어주는 모닝커피 자판기
를 만들어 팔면 대박나지 않을까 싶ㅎ다. 블루오션이 뭐 별 건가.

원두는 가는 순간에 향이 다 날라가버려 그때그때 갈아 마셔야 한다. 커피는 생선과도
같아서 신선도가 생명이다. 제아무리 완벽한 포장일지라도 제맛이 떨어지는 건 어쩌지
못한단다. 커피의 명칭을 붙이는 방법과 원두의 구조 커피 명인들이 커피를 더욱 맛있
게 즐기는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일러 준다 이 책이, 독자같은 마실줄 만 아는
커피 쑥맥에게는 더 없는 사전적 아카이브 책이다.

핸드드립 커피 촛짜를 위해 로스팅(이 뭔지도 모른다) 하는 방법, 아라비카(광고로 안다)
와 로부스타(솔직히 몰랐다)의 차이, 커피 이름 짓는 법(모카가 항구 이름이란다), 커피추
출의 역사, 핸드드립 도구 선택과 가는 방법, 뭣보다 늘 궁금하던 각종 커피 메뉴에 대한
설명 등은, 좀 더 고급한 커피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네비게이션 입문서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이 핸드드립 커피 책을 에세이로 시작한다. 서울에 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주문진 '보헤미안' 에 간단다. 무신 성지순례도 아니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도 아닌데 너
무 극성을 떠는 게 아닌지.  커피는 이제염오(離諸染汚, 모든 더러움에서 멀리. .)에 제격
인 기호품이며 에스프리 정화에도 빼어난 기호품이다. 독자가 잘아는 이는 취미삼아 커
피가게를 운영한다. 사회적 위치도 삶도 풍족하건만 킬링타임과 고급 취향을 함께 즐긴
다는 객기를 부리고 있음에야.

말 난 김에 원두커피 말고도 카라멜 마끼아또든 에스프레소든 모카든, 심지어 커피믹스
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엉망이다. 한결같이 봉지나 스틱형이 전부다. 커피제품도 각설탕
처럼 육면체로 만들면 수납성도 좋고 멋있을 터인데 왜들 그밥에 그나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