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밥상 /                             

함규진 지음 21세기북스 刊

저자 함규진은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을 다루어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해
박한 역사지식인이다. 현재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왕이 못 된 세자들'
로 독자들과는 이미 낯익은 구면이며 그의 역사 디테일 탐구는 사뭇 교양적이다.

제왕이나 시정 잡배나 막론하고 섭생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필요불가결한 일용
할 행사라 하겠다. 이 '왕의 밥상' 도 저자가 추구하는 윤리적 정치적 함의를 내포
한 데다가 흥미진진한 주제를 세세히 따져 다루면 역사도 엔터테인먼트를 가미하
여 짭쪼름한 맛이 난다는 얘기로 이해하면 되는지, 재미는 독서의 펀더멘탈이다.

저자는 조선의 스물일곱 역대왕들이 수라를 젓수는 것으로 통치의 난맥을 헤쳐나
가는 양상을 연대기순으로 살핀다. 다시 말하자면 '밥상으로 보는 조선 왕조사' 이
기도 하다. 태조에서 세조까지는 순탄치 못한 왕위계승 쟁탈전이 벌어 졌다. 그 결
과 자식들의 참혹한 종말을 본 태조는 즐기던 육식을 끊게 된다. 이성계는 소갈증
으로 애를 태우다가 설익은 머루로 담근 수정포도로 해갈하며 머루를 구해온 사람
에게 쌀 10석을 포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왕의 수라상은 기본 정찬과 찬품으로 구별돼 지는 데, 정찬 일곱 가지에 곁들여 먹
는 찬품이 12첩으로 이를 12 첩 반상이라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지만 많이 듣던
소리다. 근래에 프랑스와 일본에서 우리 기록문화재를 반환 받는 트렌드에 맞추어
'의궤' 라는 어휘가 자주 거론되는 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나오길 특별한 때에도
7첩이라 했는 데 세끼니 전부를 12첩씩 다는 것은 아무리 임금이라해도 너무 과한
밥상이 아닐까. 그래서 조선조 임금들이 하나같이 그리도 문약해 빠졌던 게 아닐까.

왕의 식단 구성으로 백성의 고단함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정치적인 풀이가 나온다.
감선과 철선으로 나라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변고와 가뭄과 홍수 등의 천재
지변으로 백성이 시달릴 때 식사횟수를 줄이고 고기반찬을 안 먹었다니 말이다. 또
한 각선이라 하여 당쟁과 국론분열을 다스릴 때에는 아예 단식을 했다니 현대 정치
인들이 수 틀리면 단식에 들어가는 것은 투쟁의 극단적 수단이였구나. 고로, 밥상도
정치다.

함규진은 명쾌하고 심플한 언어 구사로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소설이 추구하는 가치는 재미에 있으며 역사관계 서적은 팩트에 있다는 전제하에
얘기 한다면, 2010 조선일보 논픽션대상 대상 수상작인 '왕의 밥상'은 자료정리의
측면이나 흥미본위의 측면에서나 합당한 수상이며 제격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