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버터플라이 /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스크린셀러 刊

스릴러도 신물나게 쏟아져 나오지만 모처럼 흥행작가 시드니 셀던이 주던 재미를
다시 맛보게 하는 력작이다.  오죽하면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 때에는 다 그만
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미 1990년에 배우 조지 클루니를 내세워 '아메리칸'이
라는 타이틀로 흥행 됐으니 독자도 어지간히 영화 쪽으로 과문하지만 재미 추구는
변질된 게 없다.

지적수준이 꽤 되는 작가의 픽션을 읽는 감동은 여전하다. 무슨 스릴러물이 건축물
에 대한 서사가 넘쳐나니 감성과 역사 인식에 경외를 보낸다. 좀 장황한 수식이 탈
이지만 지루하기 직전까지 전채로 읽으면 된다. 르네상스 시대 독살로도 잘 알려진
보르지아 가문과 비스콘티 가문이 카메오로 등장하고 템플기사단이 수시로 인용되
니 독자는 지적충만감에 쩔게 된다. 이미 작가는 문장의 비르투오소Virtuoso 다.

우아하고 사려깊고 예술에 심취하길 좋아하는 암살 사업 종사자 미스터 버터플라이
가 내레이터로 소설을 시종한다.  소셜하게 수시로 세계 각국을 돌며 은둔하며 주문
자인 어쌔신assassin의 취향과 용도에 맞는 암살용 총기를 주문 제작한다. 버터 플라
이는 죽음을 인도하는 분야에서는 장인이며, 예술가를 자처하는 나르시스트다.

그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틀어 놓고 작업하는, 그가 속한 세계에서 인정받는 몇
안되는 권위자이며 잘 재단된 보수적 수트를 차려입는 엘리트다.  그의 작품 철학은
간결하고 투철하다. 깨끗하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죽이는 행위야말로 너무나 인간적
이라는 궤변도 마다않는다.  암살은 역사를 바꾼다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철학가다.

짐승같이 잔인하고 지저분하게 시신을 훼손하는 살인은 단순한 육욕과 다를 게 없다
는 모토를 가진 스마트한 맞춤 총기 제작가는 대통령 경호원을 그 세계의 말단 노동
자이거나 소모성 요원으로 취급하는 위장된 나비 전문가인 그는 아이러니하게 고객
들이 고용하는 그림자거주자shadow dweller의 끊임 없는 미행을 따돌리지만, 결국은
은퇴 작품으로 만든 소치미 소총과 총격전을 벌이게 되는 부메랑은 반전의 극치다.

소설의 최고 가치는 엔터테인먼트다. 재미 없는 소설의 문학성이고 미학이고 따지면
허탈해 진다. 읽혀지지 않는 소설도 소설인가.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그런 측면에서는
발군의 작품성도 빼어나서 '아메리칸' 이라는 영화로도 흥행 했던 게 우연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