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로 배우는 마음 경영 /            

홍상훈 지음 ㅣ 도서출판 새빛 刊

들끓는 감정을 녹인다는 한시는 마음을 디자인하고 도모하는 데에 제격이다.
한시는 어렵고 고루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킨 홍상훈의, 도움
으로 그 어렵다는 한시를 한 수 두 수 읊조려보는 한시 입문서로도 제격이다.

한시를 읽으며 차분해질 수 있으며 그로인한 자기성찰이 자연스레 촉발된다'
니 그럴 듯하다. 사실 한문처럼 뜻만 아로새기는 글자로 시를 짓긴 쉬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질감이 다채롭고 표현력이 극도로 다양한
우리말이 주는 디테일이 없는 한시는 한자가 잘 나열된 사자성어나 5 자나 7
자로 된 한자 퍼즐일 뿐이다. 다행히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출신의 문학박사이며 교수인 저자 홍상훈의 친절하
고 자상한 해제가 없었다면, 한결같이 理解難인 한시들은 뱁다 패댕이치기 알
맞은 한자 자격증 시험문제일 뿐이였으리라, 그것도 고난이도로 말이다.

한시는 으레 세로 쓰기인 줄 알고 있는 데 가로 쓰기라 읽고 되새기기에 좋다
한시는 으레 고색창연하고 진부하게 자연이나 읊조리는 줄 았았는 데 학문적
인 함양과 인생을 먼저 산 선현들이 후학에게 멘토링이 되는 아포리즘을 던져
준다. 언제나 좋은 싯귀는 양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면면히 이어져 온다.

한시는 으레 계몽적인 게 탈이였지만, 홍박사가 제시한 한시들은 그야말로 마
음을 경영하고 디자인할 만한 주옥들이다. 현실 세태에 맞아 떨어지는 주제를
채택해서 '어렵구나 인생길' 편에서, 두보杜甫의 가난을 자조하는 '빈 주머니'는
어쩌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가난해서 편치않는 서민을 읊조린 게 아니런가.

제 4장에 더 치열한 삶을 위하여 편은 학력이 변변찮고 스펙이 모자라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대 젊은이들에게 물을 보고 몸만 말고 마음도 씼으라는 테라피
가 되리라.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동정호를 바라 보며' 는 희망만은 잃지 말라
는 차분한 메세지를 풍긴다. 아쉬운 것은 한시라 해서 우리네 싯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송 시대를 풍미한 한시들이 전부이며 그 것들이 명귀절 일
지라도 거듭 아쉬운 점이다.

이런저런, 홍상훈 교수가 제시하는 한시들이 심리치료까지는 몰라도 아로마 테
라피보다는 한층 안정적으로 케어가 되어짐을 체감하며 읽혀진다. 두고두고 봐
야 할 가정상비약 같은 상비책으로 말이다. 이쯤되면 홍박사의 그밖의 저서들도
슬슬 찾아 나서야할 성 싶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