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칼 /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21세기북스 刊

센고쿠 시대 100년의 치사한 시기를 마감해버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칼이다.
사무라이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는 하극상과 존속살인 활복자살 배신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다. 그 와중에서 로또의 행운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끝까지 살
아 남아, 에도막부의 창업을 이룬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불세출의 사무라이다.

일본인에게 이에야스의 위상은 가히 이찌반이다. 에도 막부통치 260년의 기간
은 쌈 좋아하는 그들의 역사상 가장 평온하고 길었던 평화의 시기였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소재인 센고쿠시대를 제패하고 평천
하를 이루어 낸 최고의 위너 Winner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승부 근성
의 발로이기에 더욱 그럴 게다. 승자 독식은 시대를 막론하고 메리트가 크다.
 
단순히 칼싸움으로만 치면 미야모트 무사시宮本武藏 겠지만 음모와 술수와 간
계를 칼처럼 쓰는 잔계략 싸움과 무력으로 다투는 쇼부는, 단연코 오다 노부나
가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센고쿠 시대의 대단
원의 막을 내린다. 새가 스스로 울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
스가 급기야는 기다림의 칼로 승화되어 혼미의 전국을 통일한다.

역시, 일본의 역사책을 읽다보면 그 이름들이 중복되어 보통 난감한 게 아니다.
도요, 나리, 요시, 야스, 히데, 요리, 모리, 테루, 기요, 요시 등등의 한문자 두개
를 교집합A∩B 한 이름들이 그 밥에 그 나물같아서 인지하려고 집중해 보지만
난해하다. 매 장 끝에 장치한 주석 160개는 주요 인물의 프로필과 사건의 족적
을 알려주는 주옥과 같은 에센스다.

결국은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와 행동 양식과 정신세계는 후일 가미가제 특공대
와 야쿠쟈의 원형질로 연연히 살아 내려온다. 우리에겐 불쾌하고 섬뜩하지만 목
표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하는 일본(인)의 역사와 의식을 파헤
친 모처럼 가독성을 부여해 주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도쿠가와이에야스, 도요토미히데요시, 다케타신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