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處世          

챵펑뤼 지음 양성희 옮김 21세기북스 刊

중국이 다시금 동양을 벗어나 전세계의 중화주의를 지향 한지는 이미 오래다.
포스트 팍스 아메리카나는 중국이다. 약간의 이론은 있겠지만 반론은 없다다
이러한 때에, 비천한 하층민 출신으로 과거를 통해 관료 세계 즉 정계에 진출
해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고 청나라 왕조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증국번 열풍
이 드세다. 증국번의 절제된 훌륭한 인격체의 처세를 복고하고 반추하는 라이
프텔링으로 증국번의 모든 것에 대한 네이키드 북이다.

증국번은 청나라의 과거제도에 의해 관직에 오르는 수직적 신분상승을 맛 본
신데렐라적 출세를 한다. 증국번은 청나라의 가장 융성한 태평성세인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시대와 맞물리며 최고의 관직까지 오르니 그의 소수민족 정
권인 청나라 황실에 대한 충성은 오로지했다. 청나라는 중국역사상 가장 광대
한 영역과 인구를 증국번을 통해 현대 중국에 고스란히 물려준 셈이다.

현대의 경박한 가치관과 처세술로 증국번을 논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근대 중
국은 증국번에 이어서 주은래에 등소평까지 맥락이 통하는 획기적인 위인들이
끊임 없이 바통 터치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행복한 나라다. 유감스럽게 우리에
게는 그러한 인물됨됨이 가뭄이다. 그나마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등은 특출하
고 영명했지만 어딘가 마뜩찮음도 사실이다.

양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과 돈은 신분의 수직 상승의 보증수표다. 현대
사회에서 신분의 귀천은 돈의 다과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지만, 입신 출세에는
증국번과 이 책이 거론한 성공 인물들의 행적과 삶의 궤적은 처세술의 GPS로
훌륭하고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역활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봉건왕조 시대의 증국번 신드롬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의 부드러움
과 인내심, 시의적절한 인재활용과 빼어난 상황판단과 위기관리 능력은 독보적
이며 오늘날에도 요구되는 덕목이리라.

어쨌거나 중국 공산당이 다른 정치세력이나 사상을 배제하고 소수 엘리트집단
이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고 있는 현실은 중국 역사에서 청나라와 가장 닮았다
고' 캐나다 중국 연구가 티모시 브룩 교수의 말마따나 엄청난 인해전술의 나라
는 역설적이게도 증국번 닮은 소수의 엘리트 독재가 가장 효율적인가 보다.

18장 주제마다 그레이 칼러로 장치한 [성공 인물 처세력]만 유심히 보아도 귀감
이 되게끔 A/S 도 철저하다. 근대 중국의 증국번이 현대 중국 엘리트 사회에 점
하는 위상 만큼이나 무게가 느껴지는 숱이 많고 그립감이 꽉차는 책이다. 정독
과 숙독을 거듭 하노라면 처세의 토양과 솔루션이 보인다고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