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신택리지 / 살고 싶은 곳     

신정일 지음 타임북스 刊

신정일 소장의 신택리지 시리즈는, 가히 국토 인문서라 불릴만한 국토교과서이자
국토의 브리태니카이다. 자고로 문화와 풍습이 그들 산천을 닮듯이 이 책의 이미
지만 봐도 절로 감흥이 넘친다.  서책을 사랑하고 자국의 고급한 산하에 긍지를 갖
는 보편적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게다.

어쨌거나 신택리지는 일단 이미지가 좋다.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시각적 베품
을 수혜받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인문서가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우리
문화유산답사와 250여년전에 이중환의 향토 택리지에 이은 신정일의 국토에 관한
현대판 신택리지 시리즈 같은 경쾌한 가독성을 주는 책의 경우라 하겠다.

118/119쪽의 양동마을 이미지는 도저히 다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잔잔한 감응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네 민족만이 갖는 독특한 정서의 정수가 이런 것일 게다. 신택
리지에 의하면 우리들 대한민국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다 살고 싶은 곳 곳이다. 
복받은 나라에 산다는 뿌듯함이 배여 나온다. 이리도 수려한 금수강산에 청산명월
로 신택리지를 읽는 내내 설레인다.

패스트 푸드, 패스트 패션이 설치는 세태라 해도 패스트 리딩reading은 어림 없다.
골머리 싸가며 읽어야 할 참고서도 아니지만 집안에 비치해 놓고 침잠하고 침울해
지고 침체에 허덕일 때 휙 거머쥐고 가이드대로 흉내내 따라 걸으며 릴렉스가 샘솟
을 동기를 부여해 줄 책은 신정일의 각고의 길바닥에 땀흘린 신택리지가 틀림 없다.

고금의 이중환이나 신정일이나 노숙자처럼 방랑하며 전국토를 헤집고 걸어다니며
풍속과 정취를 흩으며 현대문으로, 문어체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역별로 카테
고라이즈 해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昔이중환, 今신정일 택리지는 모든 인
문인을 행복하게 해준다. 해서, 스스로 고조되어 덩덜아 살고 싶은 곳 투성이다.

우리는 실크로드 연변도 아니고 내셔녈 지오그래픽 같은 웅장한 경관도 없지만 유
구한 역사와 고졸한 문화와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전통을 지닌 배달민족이다. 게다
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까지 연륙되어 내쳐 걸어갈 수 있으며 얼어붙은 베링해
를 건너 남미의 끝까지도 갈 수 있는 지정학적 택리를 갖춘 IT 문명이 아닌가.

수려한 국토가 4대강 사업으로 더 망가지기 전에 강의 시작은 모든 곳의 시작이라
는 신택리지를 마주하니 토건업자 형질의 위정자가 미워지는 게 나만의 인지상정
일까. 타임북스 책들이 좋기도 하지만, 책도 지적 감동의 떨림으로 아낌없는 박수
를 보낼 수 있는가 싶ㅎ다. 지적호기심을 채워 주는 책은 장정 조차 수려하기 마련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