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작 자음과모음 刊

건조하고 심플하게 말하자면, 왕이 못된 비운의 세자 중 한 명인 소현세자를 타이틀
롤로 삼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흔히들 현대적 재해석이니 다른 가치관으로 풀어본다
는 등의 진부한 평론을 배제하고 볼 수 있는 역사소설은 그리 많지않다.  '소현'은 소
현세자와 칠칠치 못한 나라인 조선의 비루한 처지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그러니 재
미가 있을까? 대답은 재미있다'다

마치 여자 김훈을 보는 듯 김인숙의 소현은 미문장으로 그득한 남한산성의 맥락으로
깊숙히 조선의 처절함을 다룬다. 역사와 문학은 빛과 그림자로 같이 다니며 선순환을
엮어낸다. 더구나 심층적인 사료 조사와 문학적 서권기마져 풍기는 소양으로 완성도
를 높인 역사물 소설이라니. . 요사이 Show+舌이 난무하는 때에, 반추하며 읽히우는
역사소설은 참으로 반색을 하며 읽게 된다.  그 게 어딘가.

권력의 속성은 부자간이든 야만의 여진족이든, 성현의 가르침을 따르는 소중화로 스
스로 나약해져 기여코 속박당하는 우리네 조선시대에도 나누어 향유할 수 없는 황금
율인가 보다.  그 치열한 암중 모색의 와중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인질로서의
의 고독과 부왕의 견제, 대군 봉림과의 길항도 소설 쓰기 좋은 작가적 소재이리라. 

작가의 판에 박힌 긍정과 부정을 함께 쓰는 수사에 질릴만 하지만 매너리즘은 아니다.
재미도 있지만 짜증도 있는 서술이 차라리 역사를 소설로 쓰는 소재로 적합해 보이긴
한다. 당쟁의 긍극적 목적격인 정권욕에 의한 쿠데타는 명,청의 사이에서 중도 노선을
지향하던 광해군의 실각으로만 그치지않고 홍타이지에게 침공의 빌미를 준 셈이다. 

패전국 세자는 물론이고 민초가 겪은 피폐함은 당대의 필사관보다는 소설이 더 형용
해야할 책무이겠지만 작가 김인숙은 그리했다. 야속하지만 수려한 필치로 그려냈다.
소현세자를 현대 문어체로 잘 쓰여진 소설로 읽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역사도 아름
다운 글로 짜낼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은 문학을 밝히는 독자가 누리는 사치이리라.

소현에 심취해서 늦은 아침을 챙기던 중, 우연찮게 지상파에서 맞닥뜨린 작가 김인숙
은 소현의 여운을 아직도 짙게 뇌까리는 듯 했다. 까탈스런 내가 한 톨의 저항도 없이
읽는 박완서 김훈 공지영의 대열에 김인숙도 끼어주기로 작정 한다. 그러면 됐잖은가

소현, 강빈, 누르하치홍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