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살림 刊

미국이 식민지일 때 벌어진 마녀재판을 베이스로 지적 감성이 충만한 캐서린 호우의 데뷔
작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세일럼의 마녀재판에서 처형당하고 살아남기도 한 엘리자베
스 호우와 엘리자베스 프록터의 후손이라니 현장감이 주입된 소설이라 흥미가 더해 진다.

중세시대 유럽을 유린한 마녀재판은 가톨릭이 주도했지만 식민지 뉴일글랜드에서는 청교
도 신권정치하에서 벌어진다.  일신교 기독교의 도그마에 의해 자행된 마녀재판의 광기와
야만성은 역사가 일천한 미국의 작가들에게는 창작의 모티브와 소재로는 제격일 게다. 극
작가 아서 밀러는 세일럼의 마녀재판을 소재로 <크루서블>이라는 작품을 썼다잖는가

지나치게 친절한 수식어 투성이의 장면묘사에 질리고 지루하지만 데뷔 문예물의 소산이려
니 읽혀진다. 휙휙 바뀌는 스토리 전개를 바라는 독자에게는 지나치게 더딘 수식어 남발은
무던한 인내심을 요하지만 워낙 사실감과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마법에 걸린양 읽어냈다.
옮긴이 안진이 씨가 매끄럽게 번역하느라 애 좀 먹었으리라

식민지시대 미국역사 박사과정을 밟는 여성학도 '코니 굿윈'이 방치된 외할머니의 옛 집을
찾아 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300년의 시차를 두고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하바드대학 캠퍼스와 인근 세일럼과 마블헤드 마을 넘나드는 공간적 스토리 전개는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마녀적 마력을 불러 일으킨다.

납중독에 의한 어린 소녀의 병구완을 위해 정성을 기울인 델리버런스 데인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하는 마녀사냥의 진실과 과정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식민지시대역사 전공인 하버드
대학원생의 지적 유희와 맞물려 마녀재판을 추적해 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든지
지배계층은 말썽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 와 맥락이 닿는 남성 위주의 청교도의
교조적 사회에서 소외되고 힘이 없는 여성이 희생양이 되야 하는 광기어린 마녀사냥의 실
화를 바탕으로 꾸민 역사물이며 그 역사를 고발하는 팩션 소설이다.

소설을 떠나서, 중세의 마녀사냥은 근대에 이르러 식민지 미국에서 청교도 탈레반에 의해
자행된 부끄러운 역사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는 집단에 의한 이지메로 진화했으
며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위로 분풀이하는 싸이코패스신드롬으로 변질돼 나타나고 있다. 알
카에다 테러와 김정일의 KAL기 폭파는 궁지에 몰린 루저들의 발악으로도 구현되고 있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애꿏은 견강부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