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목숨걸고 편식하다 /        

MBC스페셜 제작팀 지음 쿠폰북 刊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이다. 고지혈증도 심혈관 질환이다. 요통과 척추관협착증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다 살만큼 살아서 걸리는 고질적인 질환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현미 채식으로 고
혈압이 제어 된다면야 뭘 더 바라겠는가. 그러나 고혈압이 있는데도 용감하게 혈압 약을 복
용 하지않고 살다가 중풍에 걸린 사람보다, 혈압 약을 복용하다가 중풍에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데이터스러운 결과물은 현대에 사는 고혈압인들에겐 잔인한 연구의 결과가 아닌가.

대구의료원 황성수 박사의 고혈압 환자들은 금과옥조로 인식하는 고혈압 약 복용을 중단하
고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건강을 회복한 채 퇴원을 한다니 꿈만 같은 일이라 믿기질 않는다
그러나 의심은 어디까지나 의심이고 사실은 엄연한 것이 사실이다. 책의 머리말부터 황성수
박사는 단언하잖던가. 임상 실험의 결과치도 아니고 현실인 만큼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황박사의 고혈압을 이겨내는 메뉴얼은 지극히 간단하다. 답은 현미채식뿐이 더 있겠느냐는
전제하에 이 현미채식 책을 읽어야지 별도리가 없다. 현미채소의 강조가 지나친 건지는 몰
라도, 섭생의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는 식품으로 익히 알려진 생선/우유/계란/보리도 과도한
동물성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음식으로 분류한 MBC 스페셜 팀은 너무 드라이한 게 아닌지.

미국산 소고기를 경멸하는 같은 회사의 PD수첩 제작팀과 맥락을 같이하는지는 몰라도 그들
의 反단백질주의가 온당한 건가 그참~ 바삭바삭한 튀김류, 고소한 트랜스지방의 유혹, 하다
못해 노릿노릿한 지짐이도 anti-trans fat에 밀려 못 먹을라치면 뭔 재미로 살겠냐는 오기가
발동하지만 중풍과 그 후유증으로 참담한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현미채소뿐이 달리 뾰족
한 대안이 없으므로 먹는 즐거움에 목숨 거는 독자는 한없이 슬퍼한다.

고혈압 약을 먹든 안먹든간에 혈압수치는 들쑥날쑥한 게 정상으로 여겨질 만큼 기복이 크다
심장,신장, 간 내과 전문의들의 처방은 한결 같다, 소변과 혈액 채취가 청진기를 대신한 지는
이미 오래되어 청진기를 걸치고 다니는 의사의  모습은 이제 낭만이 됐으나 의사에 대한 신
뢰마져 떨어질까 사뭇 걱정이다.

막판에 chapter 05, 현미채식 레시피는 환자들에게 구원의 식단이며, 베르디의 사계처럼 계
절별로 끼니별로 짜 준 식단은 그야말로 고혈압 환자에겐 家庭常備食이다. 오로지 현미채식
으로 고혈압을 잡겠다는 인내를 수반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래도, 먹는 것만큼은 다소 빈곤하
게 먹어야하는 이율배반에 아연하고 전율하며 이 '고혈압, 목숨걸고 편식하라'는 책에 경도
되고야 만다. 

토인비 박사의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는 아포리즘을 패러디하면 '인류의 역사는 먹는
것에 대한 투쟁의 역사' 가 아닐까.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김일성부자가 이루지 못함 을 탄식
한 이밥에 고깃국 식단은, 동전의 양면처럼 굶주림과 건강식을 위한 현미채식이 현안이 되거
나 계륵이 되는 이 처절한 아이러니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