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 장편 정영목 옮김 해냄 刊

기독교의 신성성 도그마를 그리스로마 신화 수준보다도 더 느슨한 인간의 본성과 갈등
수준으로 다루는 노벨문학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 의 장편소설이다. 마침표와 쉼표와
내레이션과 서술의 구별이 없는 단락은 생경스러우나 실험적인 문장 세계는 독특하다.
여백 없이 이어진 문장에 자칫 질릴만 하지만 성경을 뒤트는 호기심으로 쫓아간다.

나사렛 사람 예수가 아니라 사라마구의 예수, 9남매를 한시도 쉬지않고 낳다 보니 심장
이 약해져서 숨을 몰아쉬는 사라마구의 마리아, 로마 바루스군단에 대항하는 유대 반란
군으로 몰려 십자가 처형을 당하는 사라마구의 요셉, 신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교황청에 잔뜩 심사가 뒤틀려 작심하고 기독교 도그마를 모독하는 느낌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왕성한 여러 작품 중에 겨우 '예수복음' 하나만 달랑 읽고 평가 하기에
는 미흡하지만 재미있다는 얘기는 할 수 있다.  반성경 비교리로, 여태의 성경과 다르면
서도 틀은 유지하고 의도적이며 미필적 고의호 품위를 떨군 파격이 재미 있다.  목수 요
셉의 십자가 처형은 아마도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더 부각 시키려는 미쟝셴이 아닐까

요셉과 마리아의 지극히 당연한 인간적인 교접으로, 예수는 동정녀라던 마리아의 육신을
빌려 무려 9남매의 장남으로 출생하면서 일신교 기독교 세계의 성경율을 깬다. 프레스코
화로 르네상스 예술가들에 의해 숱하게 칭송된 수태고지도 거지로 분장한 천사와 빛나는
흙에 의해 저질러지며 오히려 가난한 목수 요셉에게 의처증의 빌미만 준다.  동정을 베푼
지나던 세명의 목자는 등장하지만 별보고 쫓아온 동방박사는 아니라는.

예수는 하나님의 대속품이며 소모품으로 기획된 희생양이며 죽어가면서 당했다는 걸 깨
닫고 인간이 아닌 자기 자신의 잘못마져 모르는 하나님을 용서하라며 인간에게 절규한다. 

사라마구의 성경에 대한 핀잔과 문제 제기는 지속돼 왔다.  마리아도 예수도 동정이 아니
라는 설정은 작품성으로는 단순할 정도다. 그의 본질은 비성경이 아니라 반성경에 있다는
거다. 사라마구의 안티-바이블은 왕성한 창작욕의 광맥이며 고유브랜드다. 계속 파들어가
며 기독교리에 식상한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공급한다. 이 예수복음은 사라마구의 반복음
문학의 원천으로 계속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두근거림이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