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진근 옮김 봄풀 刊

기존의 <국화와 칼>이 무수히 출간돼 있지만 지루한 텍스트 위주라 독해가 쉽질 않았다.
서양인들이 일본과 일본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제일 먼저 들추게 된다는 일본학의 이정표
역활을 하는 <국화와 칼>을 비쥬얼을 총동원 해서 브리핑해 주니 한결 독해가 빠르다.

그러나 이해가 빠른 건 빠른 것이고 여전히 난해하고 지루한 수사의 연속은 연속이다. 그
림으로 읽는 국화와 칼은 지루한 장광설을 희석시키는 비쥬얼이 군데군데 펼쳐지며 쉬어
가게 해 준다.  루스 베네딕트든 전쟁당사국이든 아니든 시대의 고금과 양의 동서를 막론
하고 일본인의 독특한 이중성 구도는, 빠트릴 수 없는 주제로 지적하고 있다.

냉혹하게 구별되어진 계층간의 격리와 사회의 규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늘
번번히 참혹한 하극상이 일어나는 양면성은 일본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승전 후의 패전국
일본의 처리를 설정하는 목적격으로 리서치한 인류문화학자의 리포트지만, 실질적으로 일
제의 피해를 당한적이 없는 루스 베네딕트 여사의 통찰적 시각에서도 비껴갈 수 없는 일본
인의 혼네와 다테마에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특징이며 곤조根性이다. 그리고 物性일 게다.

셋푸쿠든 가스관을 입에 물고 죽든, 자살도 미학적으로 처리하는 일본인의 양면성을 극명
하게 설명해 주는 쥬신꾸라忠臣藏는 일본을 다루는 필수 텍스트이다. 요즈음 이슬람 수니
파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극성이고 북한의 NNL 에서 방사정포 발사의 몽니가 목불인견
이다. 물론, 구일본의 가미가제 자살특공대와는 시대와 양태가 다르지만, 궁지에 몰린 열세
세력의 발악적인 측면에서는 모티프를 제공한 셈이다.

자살을 미학으로, 순국으로 챙기는 가미가제 특공대가 알카에다에게 롤모델이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에겐 아주 질나쁘고 좋은 기억이 전무한 이웃
인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를 객관적으로 반추해 볼 수 있는 스테디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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