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토마토와 백신바나나

나는 우유를 좋아하지만 배달보다는 동네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는 편이다. 우유를 사러 가보면 요즘은 우유의 종류만도 어쩜 그렇게 많은지 각종 기능이 보태진 우유들이 즐비하다. 나도 대부분 일반 우유를 사지만 가끔 칼슘첨가 우유라든지 지방을 제거한 저지방 우유를 사기도 한다. 일반 우유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하지만 기능이 첨가된 우유에 손이 더 가는 이유는 그것이 몸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유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먹거리가 자연 그대로인 것은 드물어진 세상이다. 사람의 몸에 좋다는 것들은 자꾸 보태지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삭제되어져서 만들어지는 먹거리. 몸에 좋다니 그저 몸에 좋은 것인가 보다 의심 없이 집어 들었던 기능성 식품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정리해보았다.

이 책은 우리들이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들에 대한 보고서라고 해야겠다.

제조업자들은 ‘기능성 식품’은 정말 기능적인 작용을 하는 식품이라고 말한다. 주로 기능성 식품은 기존의 식품에 필요한 영양소를 필요 첨가하는 방법으로 생산되는데 이 영양소들은 음식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양이 넉넉하지 않거나 인간이 섭취하기에 부적합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이다.(page19) 일본인들은 기능성 식품을 ‘특정 신체기능을 도와주도록 특별히 영양가를 고려해 만든 가공식품.“으로 정의한다.(page28)

결국 기능성식품이란 배부르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몸을 건강하게도 만드는(page28)식품이라는 뜻이다.

'건강하게, 멋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자기 관리를 하고 먹고 읽는다.“

한 식품 관련 신문이 오늘날 기배하는 가치에 대해 적은 것이다. 게다가 최저 비용으로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다.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가 ‘신속’과 ‘효과’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신속하고 더 효과적인 것을 선택할 것이다. 기능성식품은 이런 소비자들의 기호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page40)

그렇게 생산된, 경이로운 박테리아를 함유한 프로바이오틱 요구르트,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는 빵, 신비스러운 첨가물이 들어 있는 파워드링크 등은 암을 예방하고 심근경색을 막고 면역계를 강화해준다며 소비자들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은 식품업계의 많은 약속 뒤에 실제로 무엇이 은페 되어 있는지 폭로할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영양학이 밝혀낸 사실들도 차근차근 확인한다. 피상적인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무얼 먹을지 스스로 결정하려는 사람이라면, 반갑고도 유용한 기초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책날개-책 소개 중)

TV의 한 프로에서 토마토가 좋다고 하면 다음날 시장과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토마토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굳이 채소뿐만이 아니라 다른 먹거리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제대로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영양 첨가 식품들 또는 기능성 식품들의 효능을 모두 믿어도 좋을런지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 친구의 남편 중 유독 영양제에 목을 매는 분이 있다. 집에 가보면 각종 영양제며 비타민 병들이 아예 식탁위에 즐비하다. 본인만 열심히 먹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들도 열심히 챙겨먹이고 누가 몸이 아프기라도 할 것 같으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영야제며 비타민을 덥석 챙겨주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비타민은 신체에 필수적인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등과는 다르게 우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즉, 비타민은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필요하다. 비타민이 무조건 건강증진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과다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에 관련하여 비판적인 견해가 부족한 이유는 마케팅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기업의 이익증진을 위해서 장점은 부각시키는 반면 단점을 최소한으로 적게 부가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자신들의 부도덕성에서 어느만큼은 자유로워진다는 소리다. 몸에 좋다는 광고에 무조건 사서 먹고보자 식의 소비보다는 좀 더 예리한 분석이 필요하다.

장에 좋다는 여러 종류의 요구르트 또는 야구르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떤가? 프락토올리고당, 비피더스균, 락토바실루스 불가리쿠스 같은 낯익은 용어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지만 러시아의 미생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이며 인상적인 수염을 가진 일리야 메치니코프가

유산균 발효유의 효능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규명한 학자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평소에 생각없이 사 마시던 유산균 음료수들의 이름에 어운을 짚어보니 아하~라고 이해가 간다. 몰랐던 때는 그냥 지나갔지만 알고나서보니 유산균 음료처럼 매력 없는 이름들이 또 있을까싶다. 어쩜 하나같이 유산균의 이름을 붙힌 것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건강식품이 어떤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첨가한다고 더 건장에 좋은 식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바람직한 영양 섭취의 핵심은 무엇이든 적당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너무 적은 카로틴, 비타민C,E, 철분 또는 셀레늄이 암 발생을 촉진하지만 이러한 물질이 너무 많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다.(page91)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자연은 우리에게 무진장 풍부한 물질을 제공한다. 카로티노이드만 하더라도 약 700가지가 과일과 야채에 함유되어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우리 몸에 공격적인 물질을 막아낼 수 있고 암세포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는 특성이 있다.(page39)

이 책을 읽으며 현명한 영양분 섭취란 현명한 소비와도 관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유기농 채소에 대한 생각을 수정했었다. 이번에 ‘수퍼토마토와 백신바나나’를 읽으면서 또 한 번 식품들에 대한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평소에도 먹거리엔 다소 인색한 내가 더욱 더 인색해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뭔가 기능이 첨가된 식료품을 안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보니 건강한 영양섭취란 의외로 쉽고 간단한 것이라는 결론이 난다. 제철에 나는 것들을 먹을 것.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을 것. 끼니를 잘 챙겨 먹을 것. 그러나, 과식하지 말 것. 이런 사항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잔소리처럼 하던 말이라는 게 새삼스러워 혼자 웃었다. 어미 게는 옆으로 기어가면서 새끼 게들에겐 똑바로 기라고 잔소리를 해대던 어미게의 우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