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의 몰락.

너 나 없이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난리들이다. 나야 주식이나 펀드 같은 것은 할 처지도 형편도 안 되니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려니 했었지만 막상 인터넷에 가계 부채에 대한 심각한 우려들이 떠돌기 시작하자 이 사태가 나나 우리 가족에게도 직격탄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분간 집을 팔거나 살 계획이 없으니 부동산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설’들로부터도 어느 정도는 의연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영 바닥이라는 보도에는 마음 한켠이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열심히 경제에 관한 책을 읽고 경제 기사를 읽으며 부족한 정보의 틀을 꿰어 맞춰보려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해설에는 2500여년전 공자가 소득불평등과 분배문제에 대해 걱정했던 부분을 거론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모자람을 근심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不患賓而患鈈均)”

발전경제학의 대표주자인 앨버트 허쉬먼은 소득불평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터널효과’라는 비유적 이론으로 흥미롭게 설명한다. 한쪽 방향으로 가는 2차선 터널 입구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멈춰 서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쪽 차선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른 차선의 차들도 곧 정체가 풀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다른 차선의 차들이 나보다 약간 먼저 가지만 기꺼이 참고 기다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한쪽 차선이 다른 쪽 차선보다 빨리 간다면 천천히 가는 쪽에 들어선 차들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생긴다. 급기야 빨리 가는 쪽으로 차들이 몰려들어 엉클어지고 모두 다 피해자가 된다. 두 차선을 각각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상징한다면 분배의 형평성을 무시한 채 성장만 지속적으로 추구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결국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소득불평등은 창조적 동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라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제 부산물이지만 국민의 관심이 성장에 있던 경제개발 초기의 관심이 점차 분배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 불평등에 대한 참을성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책 [부자 아빠의 몰락]은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비교가 아닌 허리 부분의 중산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뚜렷하게 나뉘거나 또는 대부분의 저소득층과 극소수의 중산층과 소수의 고소득층으로 나뉠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미국 사회의 중산층을 초점으로 맞춘 책의 내용이 기대보다 쉽게 다가서지는 않았다는 것 또한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중산층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에 대하여 새로운 이해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는 미국 코넬 대학교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이다. [뉴욕타임즈]에 고정칼럼 ‘경제의 현장’을 연재하며 날카로운 분석력과 유머러스한 필치로 복잡한 경제현상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어 전 세계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주요저서 중 낯익은 도서로는 [승자독식사회][좋은 연못을 고르는 법][이성 속의 열정]이 있다.

저자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상황을 악화시키지만 특히 중산층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의 피해자가 저소득층이라는 기존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라서 다소 의외였다.

저자는 현재 상위 1%의 소득계층의 구매력이 1979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중산층의 구매력은 적은 증가에 그쳤다는 통계를 보여주면서 그나마 이 기간 동안의 중산층들은 시간당 임금이 증가했기 때문에 구매력이 증가했던 것은 아니며 여성 배우자의 노동력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중산층들은 최상위층의 지출 증가에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중산층들은 소득은 별반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위층들이 소유한 큰집,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구매하게 되고 이런 소비가 부채를 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이 과정은 소득이 급격히 높??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계층의 주택지출 증가를 유도하는 ‘지출연쇄작용’을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주택을 ‘지위재(positional good-정황과 평가 사이의 관련성이 강한 재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소득의 불평등과 불평등한 분배문제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같은 모양이다. 고소득층의 큰 주택에 대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정황과 가치평가가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 상대적 박탈감은 음식 같은 필수재를 포함한 사실상의 모든 재화에 적용된다고 한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진앙이 된 미국 금융위기가 미국인들의 주택문제에서 비롯되었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주택 개념이 ‘소유’보다는 ‘거주’개념이 더 강하다고 배웠다. 때문에 주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한 번쯤은 아메리칸 드림에 ‘거주’개념이 더 강한 미국의 주택 정책을 부러워해보았을 것이다. 흐릿하게 알고 있던 현실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참으로 명료하고 가슴 시원한 일이지만 때로는 꿈 하나를 접어야 될 런지도 모르는 불안함과도 바꿔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미국인들의 주택 개념과 또 그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진다고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저자는 소득불평등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감세 혜택 중 50%는 최상위 소득계층에게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결실을 돌아가도록 했던 감세 혜택이 과연 합리적인 조치였는지 따져 물으며 고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공공정책을 통해 경쟁의 낭비적 요소와 불평등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정책 대안이 바로 누진소비세의 도입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누진소비세가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이도록 동기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견은 급진적인 제도라는 이유로 아직 현실적인 논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부자 아빠의 몰락]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와 2000년대 부시 정부의 공급중시 경제정책의 하나인 감세의 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돌아가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부시 정부가 단행한 감세조치로 최상위 1%가구는 중간소득계층 가구의 40배에 가까운 평균 4만 990달러의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정부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성장과 고용의 증대를 보장하지 못하는 반면 재정수입의 축소만 초래해 중. 저소득층의 복지혜택 축소와 사회 잘 보여준다](page185 김학순 해설 중 일부)

경제 정책이라는 것이 정부에서 내놓는 것들은 늘 ‘획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나지만 막상 우리 같은 소시민들 그러니까 저소득층들에겐 그다지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거 같다.

정부에서 내놓는 갖가지의 경기부양책들은 이제 믿음도 가지 않고 나날이 갈수록 우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대체 이 나라의 경제정책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쉽게 읽혀지지 않는 경제 서적이었지만

쉽게 경제의 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이기도 했다. 좀 더 쉽게 경제를 이해하려면 더욱 부지런히 독서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가졌다는 것도 곁두리로 밝혀두고 싶다. 스스로에게 다짐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