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를 여는 변화의 물결.

이 책의 추천사 제목은 ‘세상의 모든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를 위하여’다.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라는 말을 들으니 변화, 혁신이라는 낱말을 떠오른다. 너무 당연한 듯

 범주가 아주 넓거나 왠지 구체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부담스러웠던 변화. 혁신이라는 단어들이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이 떠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든 정치든 아니면 사회든 앞날을 예견하고 바라보며 썼다는 대부분의 책들의 결론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변화와 혁신’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라는 낱말을 만나는 순간 길게 변화와 혁신에 까지 줄이 그어지면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사례 또는 변화와 혁신의 결과를 만나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와타나베 나나가 쓴 이 책에는 미래사회를 여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를 만나볼 수 있다. 와타나베 나나는 사진작가이다. 1987년 <아메리칸 포토그레퍼>지 선정 사진작가로 선정된 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사회적 기업가를 모델로 일본 미디어에 글과 사진을 기고했다.

이 책에는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자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책을 읽기 전에 아쉬웠던 것은 대부분의 선정인물 중에 미국과 일본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주 활동무대가 미국이며 또 그가 일본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불쾌하거나 서운할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이나 단체만큼 앞 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뜻일 것 같다.

‘슈르지르’라는 단체의 창립자 ‘제이’에 대하여 쓴 ’09 이슬람에 남아있는 악습에 의한 피해자들의 구세주-제이(J)’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슬람 사회에는 여성을 경시하는 악습이 존재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 악습은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해 왔고 코란이나 성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중략) 그런 문화 토양을 바탕으로 수많은 악습이 물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처참한 의식이 있다. ......(중략) 그 의식은 ‘명예로운 살인’이라고 불리는 가정 내부의 살인다. 여성의 혼전, 혼외정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 사회에서는 주로 젊은 여성이 처녀성을 잃으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불명예스런 사건으로 간주한다. ......(중략) ‘행실이 나쁜’ 젊은 여성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한 ‘죄’를 뒤집어쓰고 아버지나 오빠, 또는 남동생 같은 가족에 해당하는 남성의 손에 의해 살해당한다. 살인을 저지른 남자들은 마을사람들로부터 그 용기를 칭송받고 가족은 명예를 유지할 수 있다.(page158-159)

이슬람 사회에는 ‘명예로운 살인’ 이외에도 ‘강제결혼’이나 ‘여성할례’ 등의 악습이 일반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중략) 감정이 따르지 않는 ‘강제 결혼’은 ‘명예로운 살인’의 온상이다.(page168)

여성은 ‘남성에게 소속된 노예’이기 때문에 구타를 당하고 살해를 당해도 당연하다는 문화 속에서 자란 여성들은 ‘폭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한다. (page170)

이 책에 실린 다른 사람들이 카메라를 바로 보며 환하게 웃고 있거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여주는 데 반해 제이는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유리창을 집고 있는 그녀의 손으로 가늠하건데 그녀는 아마도 50세는 넘은 중년여성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녀가 하는 일이 특별히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해본다.

프랑스의 사회사업가였던 그녀는 이 일에 뛰어든 후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가 미칠지 모르는 위험을 숙지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나타난다’ 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인권단체 ‘슈르지르’를 설립한 제이는 악습의 단절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그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활동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미래사회를 여는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인류에 대한 사랑’과 ‘희생과 봉사’인 거 같다.

물론, 이익을 구하지 않는 순수한 자선사업도 있지만 기업적 이익을 창출하면서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실행하는 방법이 어떻든 그들은 모두 넓게 인간에 대한, 인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사회적 기업가’로 성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