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0.

새해를 맞이하고도 벌써 1월의 반이 지나가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계획도 세워보던 시간들이 멀어지기도 전 2010년이라는 시간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올해는 다른 최소한 지난해보다는 잘 살아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어차피 나라는 인간은 거대한 사회에 비추어볼 때 작고 그 존재조차도 미미하다. 세상은 언제나 내 생각과는 늘 다르게 돌아가는 것 같고 빨리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느라 나는 늘 숨이 차다. 세상의 바닥에 있지 아니하고 조금만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어도 최소한 뒤떨어지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올해도 여전히 책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세상을 조금 위에서 내려다 볼 줄 아는 사람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들 중 김난도 교수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사회의 트렌드를 짚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다는 것은 대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것일까.

 

이 책은 <tranders날>이라는 프로젝트 트렌드 헌터 그룹이 주축이 된 공동 저작물이다. 김난도 교수가 체계적인 트렌드 예측을 위해 조직한 모임이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정의 훈련과정과 일정횟수 이상의 리포트를 제출할 경우 누구나 멤버가 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관심이 있어서 트렌드 코리아 2010의 집필진을 보니 대부분이 국내 유수 대학의 학생이거나 연구원이었다. 간단하게 회사원으로 소속이 소개된 사람들도 그리 만만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솔직하게 관심은 있지만 일단, 우리 같은 일반 평민들은 넘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학생필진들은 대부분이 서울대생들이었으니 글쎄 그만큼 고급의 정보라는 뜻으로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여야 할런지 아니면 사회1%의 축으로 본 부분의 정보라고 받아들여야 할런지 잠시 망설여졌다.

굉장히 많은 부분들이 2009년의 트렌드 분석에 대한 것으로 할애되어 있다. ‘트렌드 날’이 예측한 2009년의 트렌드는 BIG CASH COW였다. better me/스펙을 높여라 i'm so hot/난 너무 멋져 gotta be cocooned/다시 집으로 cross -internetization/생각대로 인터 simply, humbly, happily/소박한 행복 찾기 hobby-holic/취미 대한민국 casual classics/고급문화, 일상 속으로 off-air attitude/무심한 듯 시크하게 wanna-be-stat, wanna-be-mass/스타와 대중, 자리 바꾸기 등 각각의 첫 글짜를 모아서 만든 BIG CASH COW에 대한 자체 평가는 cross-internetization의 경우만 제외한 대부분이 적중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0년의 에측 트랜드는 TIGEROMICS이다. times for korean chic/코리안 시크 into our neighborhood 떴다, 우리 동네 good to be geeks/딴짓의 즐거움 end of tablls/금기의 종언 ready-made to order made/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omni-u solutons/전지전능 솔루션 manner matters/매너남녀 it'saqua/물의 르네상스 challenge your age/나이야, 가라! style republic/스타일에 물들다의 첫 단어의 조합이다. 마침, 올해는 호랑이의 해이니 제목을 도출해낸 저작진의 번뜩이는 재치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무엇이든 예측의 과정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을 보여주기 마련이라지만 올해는 유난히 올해의 동물을 가지고 더 난리와 극성을 떤다는 느낌이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오는 백 호랑이의 해라는 등 기다렸다는 듯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느라 다들 바빴고 여전히 바쁘다.

호랑이의 기를 받아서 우리 경제도 다시 활력을 찾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활기 있게 돌아간다면야 우리 같은 보통사람에게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트렌드 코리아 2010]에서는 2010년 소비트렌드의 키워드를 호랑이의 tiger와 경제학의 economics를 합성하여. TIGERROMICS(타이거로믹스)로 선정하였다. 호랑이는 대한민국과 날아오름을 표상한다고 했다. 그러니 TIGERROMICS는 ‘호랑이처럼 웅비하는 2010년의 대한민국 경제’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란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다. 우리 자신의 힘과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를 호랑이처럼 호령할 수 있는 2010년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TIGERROMICS는 담고 있다. 소비자. 기업. 정부. 자치단체 등 대한민국의 경제주체들이 이 10개의 키워드로 표상되는 트렌드에 부응하는 전략을 잘 마련한다면, 세계경제의 불안을 뛰어넘어 ‘호랑이처럼 웅비하는 2010년’이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page136)

희망을 가지게 하는 구절이다. 제2부 첫 부분의 2010년 소비트렌드 전망에 언급된 내용이다. 이 부분 덕분에 10개 조항의 TKGERROMICS 내용을 더 열심히 읽었으니까. 하지만, 지나간 것에 대한 일들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도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선 아무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늘 우리에겐 예상할 수 없는 적 ‘변수’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책의 내용도 전체적인 아우트라인만 그려줄 뿐 세부적인 내용을 알려주진 않는다. 2009년 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로서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더 세부적인 판단은 당신에게 맡길 테니 잘 해보라라는 소리로 알아들으면 되려나?

이 책엔 아주 많은 경제용어와 신조어들이 등장한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은 그런 신조어에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일 거다. 책에서 거론되는 단어들만 모아서 하나의 메모 노트를 만들거나 잘 기억한다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든 최소한 사회 흐름에 둔감한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선 2009년엔 보라색이 유행색을 선도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예측이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보라색은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중점적으로 유행을 했다고 기억된다. 올해의 유행색은 빨간색인 걸까? 얼마 전 모 대기업 식품회사가 로고색상을 빨간색으로 바꾸었다. 글리고 한 유력 포털 사이트의 바탕색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과연 다수의 대중이 빨간색에 선호하고 있어서 색상을 바꾼 것일까? 트렌드는 대다수 대중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진 몇몇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도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주도하고 우리가 따라가고. 그런 의미에서 2010년의 몇몇 트렌드 예측은 혹시 어떤 힘과 연계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 그다지 상쾌하진 않았다. 다시 한 번 거론하는 저자집단이 우리 사회에선 그야말로 최상위 노른자 계층을 형성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면.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려나? 세상을 그리 삐딱하게만 보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불만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전반적인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