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꽤 괜찮은 소설을 읽었다.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약간의 기대는 가지고

읽었지만 읽으면서 상상이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고상한 말로 '문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고, 제대로 맛이 든 당도 높은 제철 과일을 한 입 베어 문

뒤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장은 짧든지 길든지 거추장스런 부분 없이 자연스레 읽혀 내려가서 좋았고, 대화체 형식이 아닌

문장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서술 방식도 독자로서 만족을 느끼게 하는 요소였다.

 

「 아버지는 벽과 같지. 형이 말했다. 그저 날마다 낡아 갈 뿐인 사람이야 」(p.128)

 

묘사나 서술에 사용된 문장들도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젊은 작가의 신선한 감성이 절제된

문장으로 소설 전체에 뿌려져 있는 듯 보였다. 마치 예전에 느낌 좋았던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 느꼈던

기분을 내내 느낄 수 있었던 만큼 안정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이 집은 그리움을 묻기에는 지나치게 표준화 되어 있는 장소다. 」 (p.9)

「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하늘의 낌새를 살폈다. 물을 잔뜩 품고 있는 구름이 금방이라도 터져서

흘러내릴 것처럼 넘실거린다. 」 (p.84)

「 샤워기는 몇 번인가 기침 비슷한 소리를 내더니 곧 차가운 물을 내뿜었다. 」 (p.116)

 

긴가민가하고 여겨졌던 약간의 의문은 후반부에 반전으로 다소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구성도 가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접해 보았던 거지만 소설속에 잘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청소년시절,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맘속에 담고 살아가지만 공부와 입시에 모든 걸 쏟아부으라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참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가정환경으로 인한 고통까지 더해 진다고 보면 그 짐은 어른들도 메고 나가기 힘든 상황이 된다.

하지만 "내일의 희망"이라는 지팡이를 짚고 간다면 언젠가 그날이 오지 않을까.

요즘 <내딸 서영이>라는 주말 연속극을 즐겨보고 있다.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영이의

모습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러하리라는 희망을 기대하며 책을 덮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소설을 심사한 문학평론가의 작가에 대한 칭찬의 문구가 과장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할 작가로 성장하기를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