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우선 '설레임'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무작정' 이란 말도.

가까운 국내여행도 무작정 떠났다간 '설레임' (아이스크림의 일종)만 빨다가 돌아올 수 있겠다 싶다.

물론 쉽고 편하고 푹 쉬면서 아름다운 경치와 미각을 즐겁게 하고 돌아오는 여행도 있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그런 것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내가 생각했었던 여행은 다름 아닌 관광이었던 것이다.

 

 

오소희님의 《안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을 읽고 이제야 그 큰 깨달음을 얻어냈다.

남아메리카는 나에게 정말 낯선 곳이다. 축구 강국이 많고 사람들이 매우 정열적으로 산다는 정도의 지식

뿐이니 남미에 대해 문외한 중 문외한이다. 세계지도를 볼 때도 눈이 잘 가지 않는 대륙이 남미인데 그 중

몇 나라를 며칠 새 다녀온 느낌이 든다. 이 책 《안아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을 통해서 말이다.

걸리버 여행기 이후 이토록 알차게 재미난 여행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책속에 몰입하게 된다.

엄마와 11살 아들이 겪는 해외여행은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남미가 아닌가.

하지만 강한 엄마와 철부지 아들은 타고나 여행가인지 고통과 어려움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다.

시각을 만족시켜주는 볼거리들과 아주 감상적인 감상과 약간의 소개를 곁들인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아주 다른 차원의 여행기를 이 책에서는 맛볼 수가 있었다.

그들의 여행기 속에는 사람이 있고 삶이 있고 깊은 생각과 사색이 있고 또 배울 것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몇 달간의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있었기에 독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할 줄 아는 작가의 글 솜씨는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구성 또한 구성지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와 그곳에서의 체험 그리고 관련된 역사나 사회 ,

인물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후 그 곳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사실감과 생동감을 더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그들이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인물 사진과 이름이 부록처럼 실려 있다.

꼼꼼하고 섬세한 여행자의 배려가 배여 있음을 확인 할 수가 있어 좋았다.

 

요즘 TV에서도 오지로 떠나는 여행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 곳을 직접 여행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럴 땐 눈으로나마 여행할 수 있어 기쁘다는 자기세뇌를 시키곤 한다.

어떨 땐 사진이나 그림이 더 여행의 묘미를 크게 느끼게 해 줄때가 있다. 책을 읽으면 나름의 상상이 가미된 여행을

떠날 수가 있기에 그렇다. 이 책이 딱 그런 경우다.

2권의 남미 여행기중 한권인 이 책외에도 《그럼에도 떠남은 옳다 》와 오소희 작가의 다른 여행기들도 찬찬히 구해서

읽어 볼 생각이다. 아주 유익한 간접 여행이 될 것 같단 기대를 잔뜩 하면서 말이다.

 

     부디 개미처럼 살지 말라. 모두가 인류사에 길이 남을 건축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