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나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서얼이라는 계층만큼 자신들의 잘못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인 차별 속에서 살다간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서얼들은 조선 초기부터 금고를 당하여 어느 한 사람이 서얼이 되면, 그의 후손들은 영원히 서얼이라는 족쇄에 매이게 되었고, 이 족쇄에 연결된 수많은 서얼들이 조선시대 전 기간을 걸쳐 끊임없이 생겨나 차별과 고뇌의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갔다. 신분제 사회에서 상층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계층이 억압을 받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러나 서(庶)라는 말 속에는 그 피의 반은 상층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기에 서얼이라는 위치는 독특했고, 위 아래 계층으로부터 끊임없이 억압과 질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국민 서자로 널리 잘 알려진, 홍길동전의 홍길동을 통해서 서자의 서러움과 질시, 억압에 대해 어느 정도 엿 볼 수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대감이라고 불러야 했으며, 비상한 재주와 식견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상(班常)을 엄격히 하는 조선에서 서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그는 과감하게 가출한 후 입산하여 도둑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설 속에서의 일이고, 대다수의 서얼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그 학문적 혹은 문학적 성취를 통해서 내세우고자 했다. 조선 전기부터 일가를 이룬 서얼들이 다수 존재했는데, 이들은 인맥, 학맥으로 이어졌다. 서얼문학은 서얼이라는 말을 빼고 보아도 문학 그 자체로서 훌륭하다. 일반 사대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서얼문학은 서얼만이 가지는 의식의 고유성에서 나온 향기였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후기 서얼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서얼문사의 위상과 의식, 서얼문학관, 서얼 문학의 세계, 서얼 문학의 문학사적 의의에 이르기까지 조선후기 서얼 문학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