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거대한 제목에서 위엄과 스케일이 동시에 느껴졌다.

사실 이제껏 로마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관련 서적을 읽은 적도 없었다.

왠지 관심이 가지 않았고 로마에 대해서 알아야 할 특별한 계기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로마와 관련해서 유일하게 아는 것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데 우연히 “로마제국 이후의 지중해 세계”란 책을 보고 나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오노 나나미란 작가의 필력이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켰다.’라는 책 소개 글귀가 나의 시선에 꽂힌 것이다. “오오!! 그런데 시오노 나나미가 누구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어떤 걸작인지, 그녀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고 환호하는 것인지? 그리고 일본 역사도 아니고 로마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로마사람도 아닌 일본사람이 썼다는 사실, 즉 도대체 일본 작가가 자국(自國)의 이야기도 아닌 낯선 이국(異國)땅인 로마와 지중해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잘 알기에 이리도 당차게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복합적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지적 호기심이 발동이랄까? 아무튼 이런 작은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여 로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대로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들었다.

특히 그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로마인이야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방대한 양의 책이었는데... “로마인 이야기”는 우리 동네에 내가 자주 찾는 서점에 갈 때마다 자주 눈에 띄었다. 워낙에 장편이고, 다양한 컬러로 서가에 진열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그녀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부끄럽게도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유는 애석하게도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은 자주 보았지만 서가에서 단 한 번도 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전에는 로마에 대해서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장편 <로마인 이야기> 이후의 지중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팍스 로마나가 무너지면서 지중해에는 잠시 주인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 지중해를 지배한 것이 바로 이슬람 해적이었다.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코란’을 외치며 납치와 약탈을 일삼는 해적, 그들의 만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바로 기독교 국가들이었다. 로마제국이 멸망 한 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맞선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였는데, 이 책은 암흑의 중세시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