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고문과 도곡 이의현의 고문론

조선(朝鮮) 숙종(肅宗) ․ 영조(英祖)대에 활동했던 고문가 이의현의 고문론과 문학에 대한 저자의 학위 논문을 단행본 책으로 다시 묶어서 펴낸 책이다. 도곡 이의현은 연암 박지원의 바로 앞 시대 사람으로 농암 김창협을 사사했다. 한 사람이 작가, 경세가, 철학가로서 문(文), 사(史), 철(哲)을 겸비하던 시대에 이의현의 스승 김창협은 철학(哲學)계에서 호락(湖洛) 논쟁의 중심에, 문단에서 고문(古文)논의의 중심에, 정쟁(政爭)의 와중에서는 노론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었고, 이의현은 스승의 고문(古文)논의를 계승해 확대한 사람이었다.

도곡 이의현은 노론으로서 부자(父子)가 모두 재상을 역임했고, 그 자신은 한 시대의 문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제학도 지낸 터였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은 고문론(古文論), 조선 중 ․ 후기 고문론(古文論) 때문이었다. 16, 7세기 무렵에 들어 조선 문단에는 이전 시기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다름 아닌 고문론이다. 고문론은 흔히 한문(漢文) 사대가(四大家)가 잘 알려진, 월사 이정귀, 상촌 신흠, 계곡 장유, 택당 이식을 중심으로 선조조(宣祖朝) 전후(前後)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이후 18세기 초까지 살았던 김창협, 이의현에서 심화되어 절정을 이루며, 구한말 창강 김택영의 <여한구가문초>가 완성될 때까지 끊임없이 나타난다. 특히 이들 한문 사대가들은 당송(唐宋)고문의 문풍을 주장하고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며 고문사(古文辭)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 일으켰고, 김창협과 이의현은 당송고문의 이론적 체계화와 글쓰기에 치중했다고 평가된다. 정조의 문체반정 파동이후, 조선 문단의 논쟁과 화두는 고문이었다. 고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고문(古文)’이란 말은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기에 당시 유행하던 변려문을 ‘금문(今文)’이라 부르는 것과 구별해서 선진양한(先秦兩漢)의 산문(散文)을 일컫는 말이었다. 고문론은 유가정신의 재건과 확립이라는 이념적 문제를 산문형식을 통해 이루어보겠다는 문단의 흐름을 말한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의현의 고문론을 통해서 조선시대 고문론의 의미와 위상, 의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