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이 선택한 퓰리처상 수상작, 종이시계

 

 

책을 받고 나서 많이 놀랐다.

종이시계, 사실 이렇게 두꺼우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않았는데 책의 두께가 제법 만만치 않았다. 물론 두껍다고 겁낼 내가 아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1989년 폴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더 놀랐다. 주지하다시피 퓰리처상은 노벨 문학상 못지않게 문학 예술인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으로 나에게는 낯선 이 책이 무려 500만부씩이나 팔렸다는 사실에 더욱 더 놀랐다. 500만부, 말이 500만부이지, 우리나라 평균 가족 수를 5인 기준으로 잡았을 때,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 이 책이 다 소장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500만부는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인 셈이다.

  이 책의 작가는 앤 타일러라는 여성작가이다. 종이시계는 미국 문단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의 책을 영문학자인 여성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다. 여자의 마음과 디테일을 표현해내는 데는 역시 남자보다는 여성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장영희 교수님이다.  

  나는 이 작품의 역자인 장영희 선생님의 글들을 “참~” 정도가 아닌 너무나도 좋아한다. 장영희 선생님의 글에서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진솔함 등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글을 읽고 있으면서 저절로 마음이 참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장영희 선생님의 글을 아끼고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일찍부터 장영희 선생님이 영문학자로 『살아 있는 갈대』, 『톰 소여의 모험』, 『스칼렛』 등의 다양한 많은 번역서를 출간한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번역서는 읽지 못하고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등의 수필 에세이들만 꾸준히 탐독했다. 이 수필, 에세이들은 지금도 책상에서 손이 제일 잘 가는 곳에 두고 마음이 심란하거나 울적하거나 불편할 때면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는다. 그리고 지인이나 주변에 아는 이들에게 부지런히 추천해 주는 책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내게 서양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해 준, 아니 눈을 뜨게 해 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은 빨간 펜으로 밑줄이 그어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즐겨 애독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양 문학작품 중에서 읽어 보고 싶은 책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만을 뽑아서 별도로 목록을 만들어 두기도 하였다. 구입해서 정독해야 할 도서 목록으로, 물론 아직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였지만, 그나마 위안이고 다행인 것은 서양 문학 작품의 입문을 다른 작가의 번역서가 아닌 장영희 선생님의 <종이시계>로 하게 되어 여간 기쁘지가 않다.

  이 책은 1991년 우리 나라에서 이미 출간되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12년 지나서 다시 출간되었다.

독자의 호흥과 관심이 꾸준하다는 반증이다.

  이 책을 읽어본 이들은 누구나가 다 공감하게 될 것이다. “글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그렇다. 글이 너무 좋다. <종이시계>는 장영희 선생님의 심열을 기울여 번역한 작품답게 문장이 그야말로 "참 좋다." 에세이에서 느끼지 못했던 장영희 선생님의 수려한 문학적 문체를 <종이시계>란 작품을 통해서 만끽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