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현빈 주연의 정조 암살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역린이 개봉예정이다.

해마다 조선 왕들에 관한 영화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영화마다 흥행 성적이 좋다.

연산, 광해가 있었으며,  

단종과 문종, 그리고 세조에 이어

조선후기 정조로 왔다.

역린 개봉에 앞서 지금은 바야흐로 관상을 보아야 할 때,

정조는 과연 임금의 상인가?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 김내경

“조선의 운명이 이 얼굴 안에 있소이다.”

얼마 전까지 극장가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신기록을 달성하려고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는 영화 <변호인>의 국민배우 송강호, 그가 열연하여 지난 추석 때 개봉되어 선풍적인 관상 바람을 일으켰던 영화 관상이 드디어 dvd로 출시되었다. 송강호 외에도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이종석 등의 국내 내노라하는 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만든 <관상>은 정말 대단히 잘 만든 재밌는 영화이다.

영화 속 김내경은 사람의 얼굴, 관상을 보았다 하면, 그 사람의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도 훤히 꿰뚫어 보는 이른바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다. 내경은 처남, 아들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서울의 관상 보는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하고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그는 김종서를 만나게 되면서 역사의 회오리바람 한 가운데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데...

비극의 씨앗은 문종(김태우)의 병약함에 있었다. 문종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면, 이와 같은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종은 병약했고, 동생인 수양대군(이정재)은 정치적 야심이 컸으며 아들 단종은 어렸다. 그야말로 정변이 일어날 수 있는 삼박자를 다 갖추고 있었던 셈이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용의 눈, 이리의 얼굴,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보호하는 충신 김종서를 죽이고 끝내는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왕이 된 역사적 사실, 이는 조선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이를 두고 옳다 그르다 논쟁이 많다. 이수광은 일찍기 <단종애사>라는 소설에서 수양을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뒤흔든 부정한 인물로 묘사하였고 김동인은 <대수양>에서 김종서의 나라가 될 뻔한 조선을 구해 낸 인물로 두 소설가는 같은 역사인물, 즉 수양대군의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두고 전혀 상반된 입장에서 묘사하였다. 영화 관상은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관상”이라는 소재를 더하여 아주 재밌는 한 편의 훌륭한 문화컨텐츠로 탄생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관상은 시종일관 조선시대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 수양대군과 그 수양일파로부터 단종을 지키고자 하는 김종서의 일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인물 사이에 조선 최고의 관상가 김내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다 들어있소이다."

 

영화 관상의 후반부는 시종 김종서와 수양의 대립구도로 전개된다.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 수양과 어린 임금을 안전하게 지켜 사직을 보고하고자 하는 김종서, 영화에서 수양대군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 김종서 등 권신을 제거하여 신권 중심의 조선이 아닌, 왕 중심의 조선, 김씨조선(김종서의 조선)이 아닌 이씨조선을 되찾고자 했다. 다시 말해 수양대군은 어린 임금인 단종이 나이가 많은 노대신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일으선 것으로 묘사하였다.

 김씨의 나라(김종서)가 아닌 태조가 세운 이씨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사실 역사에서 김종서만한 충신을 찾기가 쉽지 않다. 김종서는 세종이 가장 총애한 신하였다. 문과 출신임에도 북쪽 변경을 개척하여 북방정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세종은 문무을 겸비한 그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신임하였다. 문종 또한 부왕인 세종이 가장 믿었던 김종서를 정승으로 삼아 의지하였고 어린 단종을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 문종이 좀더 오래 살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을 것이다. 문종은 세종 못지 않은 덕과 학문을 갖춘 현군이었다. 그가 최소한 10년만 더 살았으면 이미 성인이 된 단종이 뒤를 이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단종의 비극이나 세조의 집권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문종은 관상가 김내경을 은밀하게 찾아가 교서를 내려 김종서를 도와 어린 아들 단종을 잘 돌봐달라고 하였다.

 

  "역모에 대비할 것이니라, 짐의 병세가 나날이 깊어 조정의 앞날을 가늠키 어려우니, 너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구나."

 

김종서를 믿지 못하고 피붙이인 숙부 수양을 더 믿으려는 단종.

김종서와 김내경은 문종의 교서를 가지고 단종을 만나 수양이 역모를 꾀하려 하니, 수양을 먼저 쳐야한다고 말하지만 단종은 수양이 역모를 꾀한다는 김종서의 말을 믿지 않는다. 김내경은 관상학으로 수양은 역모의 상이라고 어린 단종에게 이야기 한다. 이에 단종은 왕실 서고에서 관상에 관한 책을 살펴보는데, 김내경은 단종이 관상에 관한 책을 살펴본다는 사실을 알고, 의원으로 변장하여 수양의 얼굴에 역모의 상을 의미하는 점을 찍고, 단종으로 하여금 수양을 경계토록 하는데 성공한다.

조선의 운명, 역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