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새해 벽두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만났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라는 제목의 책인데, 감히 서양에 알베르트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강명관 교수의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아니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 책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잘 알다시피 과거의 책은 나무(죽간)와 종이 위에 문자가 고정되면서 책의 형태를 이루어왔다. 그리고 종이가 발명되면서 종이로 만들어진 책은 실로 오랫동안 모든 지식들을 망라 기록하면서 대세를 이루며 영원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 종이책의 시대도 디지털에 차츰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널리 보급되고 세상이 점차 디지털화 되면서 책의 모습, 형태 또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래도 종이책도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라는 책의 제목 밑에 붙어있는 부제 때문이었다. 부제가 시선을 끌었다. 사실 지금처럼 어떤 장르의 책이든 쉽게 구할 수 있고 또한 흔하디 흔한 책의 홍수인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책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진품명품에 감정가가 얼마쯤 될까에 관심이 있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책은 지금시대와는 많이 달랐다. 조선시대에는 책이 귀한 대접을 받았고, 책값 또한 지금 보다 많이 비쌌으며, 양반 사대부가 아닌 일반 평민의 경우 책을 쉽게 접할 수도 또 구입할 수도, 읽을 수도 없었다. 책은 소위 기득권층의 소유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강명관 교수님은 일찍이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라는 책에서 “책에 베풀어 놓은 생각들이 조선사회를 만들었다”고 한 바 있다. 사실 과거에는 오로지 책을 통서만 지식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인쇄소나 서점이 없었다. 물론 책을 판매하러 다니던 서쾌는 있었다. 하지만 이 밖에 조선시대 책의 보급과 유통 경로에 관해서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서양의 것이 아닌 ‘조선’의 책으로 책과 지식, 독서의 문화사를 읽자!

 

그런데 이 책에는 이와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 담겨져 있다. 책의 인쇄와 출판, 조선시대의 금속활자, 문자의 탄생과 책, 서울의 인쇄출판 기관, 지방에서 찍은 책, 책의 탄생 과정, 책을 만든 사람들, 책의 가격인 책값, 책의 유통 과정과 경로, 조선시대의 서점, 도서관, 중국에서 수입한 책, 외국으로 수출한 책, 전쟁과 책 등 고려 말과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지식과 역사적 내용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이 책 혹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 내지 훌륭한 교양서적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인 강명관 교수는 이 책의 출간을 시작으로 조선 전기에 대해 한 권, 조선후기에 대해 두 권, 그리고 근대 계몽기 1910년까지 해서 조선시대의 인쇄와 출판에 관한 내용을 모두 망라해 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책의 권 수 또한 모두 5권이 될 가망이 높다. 이 책 외에도 새롭게 출간될 책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세계에 대해 알려준다. 조선시대 책의 역사가 궁금한 이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조선시대 책 속으로의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