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는 최근에 접한 그 어떤 장르의 책들보다 제목이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었다. 책의 역사는 실로 오래되었다. 그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사라지길 반복해 왔는데, 그 중에서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책들도 있고, 혹은 영원히 사라진 책들로 있다. 과거에는 오직 책을 통해서만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은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과거에는 책값도 비쌌고, 귀족이 아닌 낮은 계층의 민중들일 서민들의 경우 거개다 책을 보지 못하였다.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던 상퀼로트들은 글을 읽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성경조차 읽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성직자들이 금지했기 때문이다.(109면) 가톨릭교회는 수백년 동안 비판적인 서적을 모두 금지하고 분서함으로써 오로지 자신들만의 성스러움을 주장하려 했다. 가톨릭 금서목록은 1966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104면)

 

위의 인용문은 과거의 기독교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꾸준히 자유와 평등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다른 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동서양 고금의 역사 속에서 금서를 둘러싼 다양한 상식과 지식들이다. 특히 서적 처형에 관계된 내용과 삽화는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동시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서의 역사>는 조금은 아쉬움이 있는 책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금서로 지정된 도서들이 무슨 이유로 금서가 되었는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예컨대 뒤마의 삼총사는 대단히 명작이다. 이 작품은 소설은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제작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인데, 놀랍게도 금서의 목록에 들어 있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다. ‘믿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금지’라는 부제아래, 도대체 삼총사가 왜 금서가 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삼총사는 제법 긴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삼총사> 어떤 이유로 금서의 목록에 올랐는가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반 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도대체 <삼총사>가 무슨 이유로 금서가 되어야만 했는지... 이 책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호기심마저도 명쾌하게 해결해 주지 않는다. 겉이 번드르르해서 무언가 잔뜩 호기심 자극할 내용들이 가득 담겨져 있을 것도 같은데, 왠지 심심하다. 알맹이가 없이 장황한 서술만 있는 느낌이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사뭇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책의 서술 또한 답답하지 그지없다. 원서를 번역한 책이라서 그런지, 글의 내용이 뻑뻑하고 잘 읽히지가 않는다. 읽으면, 선뜻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좀 이상하다.

 

형편없는 소설을 읽는 일은, 자신을 기사로 여기고 광기에 빠져 허튼짓만 저지르는 돈키호테의 가엾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다.(59면)

 

파트 3의,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책”의 소제목 ‘초라하기 짝이 없는 책재판’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평 읽으시는 분들께 글이 어떤가 물어보고 싶다.

 

 

목록에는 체제를 비판한 서적뿐 아니라 문체에 문제가 있는 서적들로 포함됐다. 즉 문학적으로 가치가 없어 보이는 서적들 역시 목록에 올랐는데, 자에게 나쁜 문체의 예를 보여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103면)

 

진하게 고딕체로 쓴 ‘~자에게’는 도대체 어떤 자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자’인지 아니면, ‘글을 짓는 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역자의 경우, 원서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과연 이 말이 문맥에 맞는가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 꼼꼼하게 따지고 또한 교정, 편집할 때도 재삼 오탈자가 없는지, 문맥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람마다 책을 통해 알고자 하는 내용과 얻고자 하는 지식의 욕구 기호가 제각각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금서의 역사>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