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

겨울의 문턱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만났다. 통도유사, 천년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신화이야기란 부제가 시선을 끌었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신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단군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과장이 너무 심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언젠가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가 지은 동명왕신화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서 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규보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출신담을 담고 있는 동명왕신화를 두고서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스러운 이야기이며,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령스런 이야기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신화가 단순히 귀신 신나라 까먹는 허튼 소리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신령한 한 부분임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깔보고 얕잡아 보았던 신화 또한 소중한 역사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새삼 이규보가 대단해 보였다.

통도유사에는 천년고찰 통도사와 관련된 신화 이야기들이 제법 담겨져 있다. 내용도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사찰, 절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불교에서 절이라고 하는 사찰(寺刹)은 어떤 곳일까? 한 마디로 하자면, 번뇌를 털어내는 곳이다. 인간 삶은 고해(苦海)라고 하였다. 고통의 바다, 고통의 강도, 고통의 연못도 아닌 넓디넓은 바다에 비유하였다. 이는 인간의 삶이 그만큼 근심 걱정으로 끝도 없이 헤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에 삶에 고통이 없다면, 절도 필요 없을 것이고, 절에 갈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나? 절은 뿌리 뽑기 어려운 근심을 해결하기 위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절터는 비상한 에너지를 갖춘 곳이어야 했다. 중생들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영험이 나오는 터, 그런 터에 절을 지어야 했다. 그럼 영험이 나오는 터는 어떻게 찾았는가? 이와 관련해서 사찰 신화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통도사의 경우, 자장율사가 처음 통도사 터를 고를 때 사용한 방법이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 공중에 날려 보냈다고 한다. 통도사 신화의 시작이다. 어디론가 날아갔던 나무오리 즉, 목부(木鳧)는 얼마 안 되어 칡꽃 한 송이를 물고 돌아왔다. 근데 이때가 겨울이었다고 한다. 아무 곳에나 칡꽃이 피어있으리 만무하다. 자장율사가 인근의 산들을 찾아 헤매다고 드디어 칡꽃이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지금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이고 현재의 통도사 금강계단이 있는 자리가 바로 꽃이 피어 있던 자리였던 것이다. 양산에 있는 통도사는 경남 합천에 있는 해인사와 전라도 순천의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사찰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해인사에는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팔만대장경이 봉인되어 있어 법보사찰로 불리고, 송광사에는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어 승보사찰, 그리고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하여 불보사찰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통도사에 관한 다양한 전설, 신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읽을 거리, 볼거리가 자못 풍성하다. 후에 해인사와 송광사에 관한 다양한 신화와 전설 등의 이야기를 모아서 해인유사와 송광유사도 출간되어 삼대사찰유사로 1세트가 되면 매우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