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의 끝에 표지가 너무 예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사별한 아내가 남편에게 띄운 마지막 편지. 그 편지(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향하는 남편의 여행. <당신에게>가 바로 그 책이다. 교도소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근무하는 구라시마 에지. 어느 날 죽은 아내가 자신에게 두 통의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통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열어 볼 수 있었지만, 다른 한 통은 머나먼 아내의 고향 마을의 우체국까지 가야만 열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딱 12일. 12일 안에 편지를 찾지 않으면 이 편지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죽어가는 아내, 아니 죽은 아내는 자신이 죽은 뒤에 왜 남편을 자신의 고향 마을로까지 가게 해서 자신의 편지를 찾아보게 했을까? 구라시마 에지는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아내의 편지를 찾기 위한 길, 여행을 떠난다. 아내의 유골을 캠핑카에 싣고 아내의 고향으로 아내가 부친 편지를 찾기 위해 가는 남편. 이 책은 바로 그 여행의 과정을 담고 있다.

 

 

원래는 요코가 캠핑카를 원했다. 게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자마자 구입을 원했는데, 그때까지 뭔가를 사 달라고 조른 적이 없던 요코였던 만큼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비록 암에 걸렸어도 미래의 희망을 품는 사람은 신기하게 완치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두말없이 찬성했고 당장 캠핑카 전문지를 사 와서 요코와 나란히 앉아 중고차 리스트를 들여다보았다.

 

 

거실 장롱 위에 요코의 영정과 위패가 있다.

“출발할게” 영정을 향해 나직이 말을 건다.

흑백 사진 속의 요코는 눈부신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미소 짓고 있다.

 

요코가 죽고 나서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아내 요코의 영혼에게 남편 에지가 말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쳤다. 서로 다른 환경에게 만나 일평생을 살을 맞대고 살다가 뜻하지 않게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남은 사람에게는 그 빈자리는 어떤 느낌일까? 아내의 유언을 그냥 무시하지 않고, 아내의 마음을 알기 위해 아내의 유골을 실고 고향으로 향하는 남편이나, 남편과의 마지막 여행을 준비했던 아내, 책을 읽는 도중 곳곳에서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들면서 울컥 거렸다. 좋은 아내, 좋은 남편. 인생을 좀 더 다르게 살아보라. 그리고 혼자 보다는 둘이 함께 붙어 있을 때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이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