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이었지만, 임금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군왕이 둘 있었다. 바로 연산군과 광해군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보위에 올라 왕이 되었지만, 왕위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반정(反正)으로 인해 왕위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된다. 이 시발(始發)을 연 이가 바로 연산군(燕山君)이었다. 연산은 성종의 아들로 문제아도 모범생도 아니었다.

 

성종 사후에 연산은 보위에 오르게 되는데, 임금이 된 연산은 성종과는 전혀 다른 군주였다. 비판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고집도 세었으며, 신하들에게 끌려 다니려 하지도 않았다. 연산은 “위를 능멸하는 풍습”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신하들은 연산이 말한 “위를 능멸하는 풍습”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연산의 아픔,

연산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자신을 낳은 생모가 아버지와 신하들에 의해 폐비가 된 뒤 사약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즉위 뒤 얼마 안 있어 성종의 묘지문을 읽고 난 연산이 물었다.

“판봉상시사 윤기견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 사람은 누구요? 혹시 영돈녕 윤호를 잘못 쓴 것 아니오?”

“아니옵니다. 전하! 윤기견은 폐비 윤씨의 아비로……”

 

연산은 이 날 비로소 친어머니의 존재와 죽음을 알게 되었고, 수라를 들지 않았다고 <연산군일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연산은 정녕 이때까지도 친모인 폐비 윤씨의 존재를 몰랐을까? 궐내에서 아무리 입단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범상치 않았음을느꼈을 것이다.

 

사화(士禍)의 시작과 피바람, 그리고 생모의 복수, 이 후 연산군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진정, 암군(暗君), 폭군(暴君)이였을까? 연산군의 기록은 “00실록”이 아니라,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이다. 그는 왜 최고의 자리인, 지존의 자리에 있었으면서 쫓겨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