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예종의 시대

 

어린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여 왕이 되었던 세조가 죽고 그의 둘째 아들이 왕이 되었다.

형인 의경세자가 스무 살의 나이에 요절하면서 세자가 되었는데 이 때 그의 나이는 8세였다. 어렸지만 세자라는 자리의 막중함을 알았는지 예종은 성실히 세자수업에 임했다.

그리고 왕위에 오르고 나서는

“두고 보라고 몇 년 내로 아바마마 못지 않은 강력한 군주가 되어 보일테니!”하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예종은 실제 그럴만한 배짱과 재주를 겸비한 군주였다.

그런데 즉위 한 그 해 예종은 족질을 앓는다. 세자 시절부터 여러 번 앓아온 병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갔다.

예종 1년 11월 28일 아침 재위한 지 겨우 14개월 여만에 눈을 감고 만다.

예종 치세에 남이 장군만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세조가 1년만 더 살았더라도, 남이장군은 역사에 더 빛나는 공적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데...

 

예종이 후사 없이 죽는 바람에 왕의 자리가 비게 된다.

누가 후사를 이어 군왕이 될 것인가? 신구 권력의 세력에서 이긴 한명회가 자신의 사위인 자을산군을 보위에 올리게 되는데, 자을산군은 예종의 형인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이었다.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마땅히 맏형인 월산군이 후계자가 되어야 했지만, 한명회의 권력으로 둘째인 그가 보위에 올라 성종이 되었다. 이 때 그의 나이 13살이었다. 성종은 예종이 죽던 바로 그 날 경복궁에서 즉위하였다. 열 두 살 단종은 궁궐 안에 홀로 남겨졌지만, 열 세 살 성종에게는 막강한 후원자인 대비가 셋씩이나 있었다. 먼저 예종의 비인 안순왕후, 성종의 모후인 인수대비,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까지.. 이 중에서 서열로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맡게 되었다. 어린 성종은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매우 잘 이해하였다. 후계서열인 자신이 보위를 이은 것은 어디까지나 장인 한명회와 대왕대비마마의 결단이 있었음을!!

성종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실히 가야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는..... 성종은 군주 수업을 하면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성종 자신의 공부를 좋아하는 천성과 남다른 끈기와 성실성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 때가 오고 있었다. 시간은 성종의 편이었다.

성종 6년에 한명회와 더불어 훈구대신으 상징인 신숙주가 죽는다. 해를 더할수록 훈구대신들은 하나 둘 사라진 반면, 성종은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갔다. 이윽고 성종 7년, 스무살이 되었다. 마침내 성종은 친정을 선언하면서 조선왕조는 본격적인 성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