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짐승이 다른 이유 중 가장 큰것은 사람에겐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일게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며 살아갈 능력이 분명 있기에 '사람답다'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금수회의록]에선 사람다운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꿈 속에서 짐승들이 모여 '사람들의 잘못 꾸짖기'를 열고 있는 금수회의에 몰래 사람이 참석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까마귀, 여우, 개구리, 꿀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각 각 짐승들이 차례로 연단에 서 자신들을 입방아에 올리며 비웃고 천대시 하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을 높여 그동안 자신들에 대해 오해와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던 부분을 설명한다.
그리곤 자신들을 그렇게 잘 못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정작 얼마나 더 못나고 추악하고 형편없는 작자들인지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들을 내뱉는다.

반포지효 [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버이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뒤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말.   호가호위 [狐假虎威]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 중국 한나라의 유향이라는 사람이 엮은 [전국책]의 [초책]에 나오는 말로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정와어해[井蛙語海]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가 바다를 말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생각이 짧은 것을 가리키는 말.   구밀복검 [口蜜腹劍]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해칠 생각이 있음을 이르는 말.   무장공자[無腸公子] 창자가 없는 동물이라는 뜻에서 게를 이르는 말이며 씩씩한 기상과 용감한 기운이 없는 사람을 놀릴 때 쓰이기도 한다.   영영지극[營營之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을 가리키며 출세나 돈벌이 따위를 위하여 몹시 분주하고 급급해 하는 모습을 빗대어 하는 말.   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혹독한 정치가 끼치는 해로움과 고통이 큼을 이르는 말.   쌍거쌍래 [雙去雙來] 언제나 쌍쌍으로 함께 오가며 사랑과 믿음이 두터운 원앙과 비교하여 도덕이 무너진 인간들의 방탕한 남녀 관계를 비판하는 말.

각 장마다 사자성어에 관련된 짐승이 나와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데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혹하리 만큼 사람에 대해 비판을 늘어놓는데 듣고 있다보면 비판이 아니라 우리네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고 같은 사람으로서, 나 또한 허물 많은 사람으로서 치부가 드러나는것이 못겨디게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음이 분명했다.
100년 전에 씌여진 작품이지만 지독하게 독설을 서슴지 않는 짐승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아무도 맞서지 못할 것이다.
어쩜 지금은 이정도로는 모자랄지도 모를 일이다.
읽는내내, 책장을 덮은 후에도 씁쓸함이 가시질 않고 어쩌다 사람 사는 세상이 이지경이 되었을까...
사람의 탈을 썼지만 금수 만도 못한 행악을 서슴지 않는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는 요즘 참으로 금수회의소 짐승들의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일진대 어쩜 가장 어려운 일 또한 이것이 아닌가 싶다.

1876년 이후, 조선이 기울면서 일본으로 나라의 권리가 넘어가던 시기를 살았던 지은이는 개화기에 나라를 걱정하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를 꼬집기도 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판매 금지 소설이 되기도 했다고...
지금의 지식인들 또한 어떤 시선도 괘념치 말고 이 시대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좀 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으로 살아가가는 우리 개개인들이 먼저 적어도 금수보단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21세기 금수회의가 다시 열리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