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랫목에 엎드려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때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도 질러가며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유선에서 가끔 보여주기도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지라 그때 느꼈던 긴장이나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것 묘한 향수와 추억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그 중 가장 많은 소재가 아마도 여우가 아니었나싶다.

어여쁜 여우 누이의 지은이 또한 전설 이야기를 좋아했고 옛이야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여우가 소재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많이 보았음에도 짠한 마음이나 불쌍하다는 생각을 그리 많이 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리도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여우의 소원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역시 글을 쓰는 이들은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다른 시각을 갖는구나 잠시 생각했다^^

이 책엔 사람처럼 도를 닦고 수행을 하면 사람이 될수 있는 천년 여우가 등장한다.
물론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전해 들어 온 전설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참이라고 믿었고, 가을걷이가 끝나 사냥을 하러 나갈때도 어려서부터 들었던 전설 때문에 사람들은 여우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동네 알부잣집 막내 솔메는 천년을 채워 여우가 진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여우와 친구가 되어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솔메의 아버지는 그 전설을 믿지 않고 여우를 잡았고 솔메의 여동생이 태어나자 죽은 여우의 혼이 여동생의 몸으로 들어가 집안을 풍비박산을 내고 만다.
동생의 이상한 낌새를 진작에 알아본 솔메는 아버지와 식구들에게 이야기 하지만 동생을 오해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 절에서 지내게 되었고, 동생에게서 여우의 혼을 쫓아낼 방법을 스님에게 물어 얻어 온 세개의 구슬로 모두 죽고 혼자 남은 여동생을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흡사 전설의 고향 한 편을 본 듯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사람이 되고자 했던 여우의 앙갚음과 그에 대처하는 솔메의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책이나 드라마나 모두 오로지 사람이 되기 위한 이유 하나로 갖은 노력을 했던 여우의 피나는 수고가 물거품이 되면서 시작되는 복수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미물에 지나지 않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함부로 다뤄선 안된다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진심으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여우의 마음을 헤아리고 여동생을 끔찍히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솔메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결국 짐승의 마음마저 감동시키는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와 비극적 결말을 맺는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졌을 때 화를 면할수도, 결국엔 원수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교훈을 얻게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환상적인 판타지물이나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촌스럽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지만 이런 전설이야기를 통해 그 흔한 재미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하는 책이다.
여우가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람이 되고 싶어했을까...
우리는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별 의미없이 살아갈 수도 있는 인생이지만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