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참 흥미롭다. 최근 읽었던 인문서들 중에서도 가장 내 흥미를 끌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타난 6개의 씨앗에 관한 이야기인데, 비단 씨앗에 대한 얘기 뿐 아니라 그로인해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를 맞이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일단 식문화의 변화에 감자와 옥수수가 한 역할이다. 식량문제가 해결된 나라가 결국 세상의 흐름에서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했고... 늘 기근과 전염병에 시달리던 유럽이란 대륙이 옥수수를 만남으로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보는 것은 참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기도 한 결과인 것 같다. 또한 고무의 발견도 놀랍다. 과연 고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이 많은 고무들이 과연 무엇으로 대체됐을까 궁금하다. 이만큼 발전하기나 했을까? 싶기도 하고.

왜냐하면 일단 저 육지에 굴러다니는 대부분의 이동 수단들이 고무로 된 바퀴로 굴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씨앗의 이동과 그를 차지하기 위한 사연들은 우리에게 영웅인 문익점의 목화씨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역사라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니 참 아이러니하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실수로 찾아냈지만 결국 그 발견은 엄청난 결과를 자아냈다. 그것을 콜럼버스가 원했건 원하지 않했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적으로 한 인류의 행복과 발전만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원주민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그들의 문명과 토지를 빼앗고 파괴했으며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얼마전에 나도 잔뜩 먹었던 초콜렛의 원재료인 카카오의 발견도 흥미롭다. 또한 이젠 한국인에겐 없어서 안되는 조미료인 고추의 발견도 재미있고. 우리 나라의 김치가 사실 지금처럼 빨간 양념에 무쳐져 있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역사라는게 놀랄 노자일 뿐이다. 예전에 <KBS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참 놀랐었는데 책으로 실제 과정과 함께 내용을 읽게되니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담배가 페스트를 예방한다는 괴소문으로 유행했었다는 웃지 못할 기막힌 사연도 참 황당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씨앗이 일궈낸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방금 언급한 부정적인 이야기까지 가감없이 써내려갔기 때문에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씨앗 혁명>이니 말이다. 모든 혁명은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이 아니라는 평소 나의 생각에 딱 들어맞은것 같다. 역사에 대한 여러가지 접근법이 있지만 이렇게 씨앗이라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살고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해주니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