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 그 풍경들을 소유하고 싶은 근질거리는 소유욕 때문에
내 호주머니 속에는 늘 두 개 때로는 작은 장난감 카메라까지 세 개의 카메라가 들어 있었고,
그 때문에 코트나 재킷의 모든 호주머니는 안감이 터져 있었다.
나는 연인의 흔적, 소품, 머리카락을 얻듯이 그 추억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았다"



몇번씩 얘기했던 것 같은데, 처음 파리에 갔을 때 에펠탑에 못 올라간 것이 그렇게도 끝끝내 아쉬웠다.
그때는 학생이었고, 너무 가난했다.
에펠탑에서 딱 한번이라도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파리를 동경해 왔다.
그러다가 7년만인 2010년 드디어 파리에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두번째 파리.

내게 두번째 파리여행이기에 이 책은 망설임없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장바구니에 담길 가치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파리에서 지낸 시간동안 써내려간 파리에 대한 사랑일기.
파리에 대한 책을 몇권이나 읽어서일까?
처음엔 이 책의 첫번째 테마인 '아주 사적인 파리'라는 제목처럼 작가의 파리는 조금 지루했다.
아무런 관심없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만 줄줄이 늘어놓는 수다쟁이처럼 느껴졌다.
제목만 그럴싸하군,하며 조금씩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 여행지, 특별한 장소를 좋아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것이지..
어떤 장소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그 곳과 나와의 개인적인 사랑일 뿐, 그 누구에게 설명해도 알 수 없는거야.
마치 좋은 조건이라곤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누군가처럼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온전히 그녀의 파리가 내게도 받아들여졌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로 파리를 꼽는 이유도 딱 이거야 라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평평한 땅위에 불쑥 솟아오른 에펠탑때문일지도 모르고,
에펠탑뒤로 펼쳐진 노을빛 하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몽마르뜨 언덕에서 내려다본 빼곡한 파리의 지붕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기차 안 악사의 음악과 지하철역 안을 나뒹굴러다니는 쓰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좋고, 어쩌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자꾸만 떠올라서 좋다.

그 좋은 곳, 내게 사랑스러운 그 곳에 다시 갈 수 있는 축복을 받은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파리야, 너도 날 기다리고 있니?
에펠탑 그 꼭대기의 한자리를 날 위해 비워두고 있니?



수십년째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 재불화가는 이렇게 자신의 증세를 고백했다. 나는 파리에서 삼십년 이상을 살고 있는데
단 하루도 새벽 두시 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 이유는 너무나 아름다운 파리를 하루 중 단 몇시간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너무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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