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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은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지만 그 중에도 여러 가지 하위 장르가 존재한다. 본격 추리, 도서(倒敍) 추리, 경찰 소설, 법정 소설, 서스펜스, 모험, 호러, 코지 미스터리, 판타지 등등. 뚜렷하게 하나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작품도 있고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다양해서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건 더없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각 분야가 다 나름의 재미를 갖고 있지만 그만의 매력으로 고고히 빛나는 장르가 바로 경찰 소설로, 물론 경찰이 주인공이라고해서 경찰 소설로 분류되는 건 아니다. 스릴 넘치는 전개나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과는 달리 ‘경찰’이라는 조직과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의 고뇌, 현실성 있는 수사 과정에 대한 묘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경찰 소설은 좀 더 가깝고 아프게 다가온다. 1950년대 이후 경찰 소설의 시장을 넓히며 등장한 시리즈들은 당시는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미스터리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87분서’, 스웨덴 경찰국의 ‘마르틴 베크’, 영국 런던경시청의 ‘기데온’. 이 작품들은 이후 경찰 소설을 지망하는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로 영화나 TV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경찰소설의 아버지'
* 87분서 The 87th Precinct Cops

 – 에드 맥베인 Ed McBain (에반 헌터 Evan Hunter 1926–2005)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은 경찰 관련 소설을 썼던 작가들과 경찰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리즈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아이솔라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시에서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87구역에서 활약하는 87분서 수사반의 이야기로 형사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50권이 넘는 방대한 작품을 남긴 에드 맥베인은 필명으로 국내 발간된 작품은 본명인 에반 헌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타계하기 전까지 계속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는데 첫 작품 <경관혐오>를 비롯해 초기작품이 많이 번역서로 발간되었다.

 

 

'경찰소설의 금자탑'
* 마르틴 베크 A Martin Beck Police Mystery

 - 펠 바르 & 마이 슈발 Per Wahloo(1926-1975) & Maj Sjowall(1935-)

펠 바르와 마이 슈발은 스웨덴의 부부작가로 ‘87분서’에서 영감을 얻어 스톡홀름 경시청 살인과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한다. 영미권의 소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형사들의 수사를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경찰 소설에 있어 역사에 남을만한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오랫동안 네 번째 작품인 <웃는 경관>밖에 소개되지 않았었는데 문학동네의 미스터리 전문 브랜드 엘릭시르에서 이 시리즈 10권을 모두 출간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사 과정이나 인물 캐릭터 뿐 아니라 북유럽의 음울한 분위기로 인해 이야기를 압도하는 이미지 또한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스코틀랜드 야드의 기데온'
* 기데온 George Gideon series

 -J.J. 매릭 J.J. Marric (존 크리시 John Creasey 1908–1973)

존 크리시는 다양한 필명을 사용하여 수백 권의 크라임 소설을 쓴 작가로 가장 인기를 모은 작품은 J.J. 매릭라는 이름으로 발간한 기데온 시리즈였다. 런던 시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런던 경시청, 통칭 스코틀랜드야드를 무대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대도시 범죄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경찰관의 애환을 그린 경찰소설의 수작이다. 다양한 캐릭터의 형사들이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불철주야 바쁘게 생활하는 기데온 경감이 중심이 되어 일상생활에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조직의 수사과정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스무권이 넘는 시리즈를 발표했다는데 국내에는 <기데온과 방화마> 한권만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을 뿐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기데온의 이야기 정말 재미있는데 왜 관심을 갖지 않는 건지 의아한 사람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