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관령 양떼목장을 다녀왔다. 횡계 터미널에 내리니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오고, 택시를 타기위해 열 걸음을 내딛으니 신고 있던 샌들의 한 쪽 끈이 끊어져 버렸다. 다행히 만약을 대비해서 가져간 다른 신발을 신고, 양떼목장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더니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 도중 비를 만나면 좀 곤란하다. 할 수 없이 택시 아저씨에게 가방을 맡기고, 혹시 몰라 가방에 있던 여행 경비만 모두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비는 더 거세지고, 우비를 사입었다. 친구와 한참을 즐거워하다가 다시 횡계터미널로 돌아가려고 목장 입구로 내려와서 주머니를 뒤졌다. 순간 심장이 철렁.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여행경비 중 현금 15만원이 사라졌다. 디카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빠졌나. 일 이 만원도 아니고, 돈이 우르르 떨어졌을텐데 아무도 주워주지 않았다니, 잃어버릴 돈이었나보다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으나 속이 많이 쓰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내 횡계터미널에 도착,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고, 우산을 놓고 나왔다. 십분 쯤 후 다시 가 보니 이미 누가 가져가고 없었다. 이런. 좌절의 연속. 그 때 마침 도착한 친구의 문자메세지. 전날 밤 안 좋은 꿈을 꿨으니 조심하라는 것. 안 되겠다 싶어 친구와 팬션으로 향했다. 더 밖에 있다가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팬션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는 일찍 잠이 들었다. 밤하늘이 보고 싶었던 나는 향기 좋은 커피 한 잔과 MP3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테라스에 앉아서 강원도의 밤바람을 느끼며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바라봤다. 조금 기분이 나아지고 그만 들어가서 자려고 하니 이런! 문이 잠겨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다시 잠겼던 건지 -_-. 우리가 묶었던 방이 전면창이었기에 창가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친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그렇게 서성거리기를 30분. 할 수 없겠다 싶어 문을 미친듯이 두드렸다. 놀란 친구가 문을 열어줘서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아 정말 황당의 연속.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오늘,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오늘은 별 일 없겠지? 하며 봉평 허브나라로 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친구의 디카를 떨어트려서 렌즈가 망가졌다. 대략 추척해보니 A/S 금액은 15만원 내외. -_- 아 정말 한숨만 가득한 1박 2일. 신발이 망가지고, 돈을 잃어버리고, 카메라가 고장나고, 덕분에 정작 여행가서 쓴 돈 보다 날리고 온 돈이 더 많았던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 다 좋다. 쓰린 기억일 수록 오래오래 곱씹을테니. 그나저나 카메라 고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