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초조했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청춘사용설명서, 뭔가 새로운 물건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담아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설명서다. 이 물건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 지, 등등등 설명서를 한 번 훑고 나면 익숙치 않던 그것을 대하는 손길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청춘, 청춘도 그런 것 일게다. 하지만 청춘에는 설명서가 없다. 다만, 경험이라는 스승만이 존재할 뿐 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우리는 청춘이라는 녀석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른다. 그 시기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 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지, 나는 물론이고, 수 많은 청춘들이 순전한 사용법, 살아내야 하는 법을 몰라 오늘을 방황하고 내일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무너지는 나의 지조를,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어떤 길이 옳은 길인가,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 가치가 희미해질 무렵 흔들리는 내 몸과 마음을 붙잡아주었다고 할까. 책 속에 등장하는 13명의 청춘들, 한 명 한 명 그들의 푸르른 일상을 읽어내려 가면서 점차 가슴이 뜀을 느꼈다. 책을 통해서 가슴이 두근거려 본 것이 얼마만인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오늘이 굶주리고, 고달플지언정, 그들의 가슴 속에 당긴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누군가는 그들이 걷는 길을 보면서 ’왜 저렇게 아프고 힘든 길을 선택했어? 편하고 쉬운 길도 얼마나 많은데...’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살갗을 짓누르는 가시밭길의 아픔 조차도 간질간질,  자신이 선택한 치열한 삶을 웃으며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의 힘이란 그런 게 아닐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을 세상이라는 틀 속에, 누구나 원하는 빛나는 삶 속에 가두지 않았다. 온전히 내 가슴이 뛰는 일, 내가 원하는 길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내딛고 있을 뿐이다.  

영혼의 북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여행가 재연, 화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오늘도 당당히 맞서고 있는 뮤지션 김반장, 남들 시선 따위에 아랑곳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증명하기위해 동분서주 정신없는 생활문화예술인 유쥬쥬, 아무리 처절한 상황이라해도 절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 단역배우 정영기, 오늘도 꿈을 향해 꾸역꾸역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영화감동 이사강까지, 형형색색 영롱하게 빛나는 그들의 청춘에 박수를 보낸다.

새파란 20대의 청춘, 딱 반을 달려왔다. 그간 파릇파릇 하던 청춘의 혈기는 온데간데 없고, 시들시들, 늘어진 몸과 마음만이 소모적인 일상을 죽이고 있었다. 아침이 찾아오고, 잠들기 전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조금씩 겁나기 시작했다. 내일이 두렵다는 게 이런걸까. 하루, 한 달, 일 년 나이라는 숫자는 점점 늘어가는데 나라는 사람은 나아지기는 커녕 뒤로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벌이를 찾으면서, 내가 걸어야 할 길을 찾는 다는 것이 이토록 풀기 힘든 수수께끼 일 줄 몰랐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어떤 게 맞는 건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알고 있는 것들 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오늘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나만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두려움, 이들을 만나면서 박차고 일어날 힘을 얻은 것만 같다. 살아감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안에, 세상의 바람을 이겨 낼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다. 누구나 원하는 성공의 조건은 갖추지 못 할수도 있다. 남들보다 그 속도가 많이 늦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설명서를 통해 내가 걸어야 할 길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찾은 것 같다. 지금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선다 해도, 언제 또 이런 시련이 찾아오지 않으리라 다짐 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13명의 청춘이 알려준 온전한 설명서를 꺼내보려 한다. 

세상이 말하는 가치와 우선순위를 나만의 그것과 혼동하지 말자. 당연하지만 종종 잊게 되는 진리를 일깨워 준 당신들의 치열한 오늘에 감사한다. 더불어 청춘과 꿈을 낭비했던 어제의 나에게 작별을 고하려 한다. 내일의 나는 다시 파릇파릇한 청춘으로 거듭날테니까. 

	갈수록 흥행에 성공하는 음악들은, 슬프게도 진정한 의미의 감동이라는 것이 없는 것들이다. 화학조미료 같은 것들, 나무인 척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같은 것들, 그저 비즈니스 사업에서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을 본다. 돈은 생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희한한 세상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의 목적의식은 상당히 확고해졌다. 무가치가 가치를 대변한다는 거, 진짜 무서운 거다.
페이지 : 116쪽. 뮤지션 김반장

	나는 이 일이 무조건 좋다. 현장에서 느끼는 서러움은 잠깐이다. 평생 단역만 할 수도 있지만 개성있는 조연이 될 수도 있다. 설령 무명 배우로 끝나더라도 후회하진 않겠다. 누구나 자기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내가 기분 좋으면 세상도 아름다운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쁜 날은 조금만 추워도 그 추위가 뺏속까지 시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무명으로 지내야 할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니까. 내 인생이니까. 내가 사는 세상인데 밝아야지 하고, 위로하며 산다.
페이지 : 240쪽. 영화배우 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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