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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을 알기 전, 나는 그저 "고전 따윈 난 몰라요"하는, 한 마리의 고전문학 회피자에 불과했다. 그러다 리라이팅 된 열하일기를 만나고서, 눈이 뜨이고, 귀가 트였다.  열하일기가 도당체 무엇이관대 고미숙이 그렇게 열하폐인을 자처하며 열광하는가. 궁금증에 몸이 달은 나는 열하일기 원전을 읽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열하일기 읽기에 돌입하려던 찰라, 열하일기란 이름으로 나온 책은 많으나 정작 읽을 책이 없다는 사실에 잠시 주춤. 그러다 말 줄 알았는데 그냥 몇 년을 주춤한 채로 있었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움추리는 그런 형국이었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그렇게 쪼그리고 있던 나는 마침내 도판이 추가된 열하일기를 만나게 된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아 그러고 보니 열하일기가 여행기였지. 아무튼 박지원의 좌충우돌 여행의 기록을 읽고 있자니, 보이는 게 참 많다. 책 뒤에 "자기만의 삶을 살았던 연암이야말로 시험공화국의 아이들에게 뭔가 시사해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씌인 박노자의 추천사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들이 열하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꽤나 자명하다. 
사람을 만나는 법, 친구를 사귀는 법, 사랑하는 법, 세상을 사는 법. 인터넷 속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야 이녀석들아, 이게 진짜야"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연암의 기록을 읽으면서 나는 무릎을 친다. 아, 내가 이걸 청소년 때 읽었더라면, 내 삶의 조성은 단 1프로라도 바뀌어 있었을 텐데!! 그러나 언제나 깨달음은 한발짝 늦게 오는 법.    

뭐, 어쨌거나, 아,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는 고등학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지원처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았더라면. 언어영역에 실린 ’호질’을 보고 다른 주제를 찾을 수 있었더라면. 국어책의 ’허생전’을 보고 다른 고민을 해볼 수 있었더라면.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수 년이 흐른 지금 후회해 봤자 부질없고, 그저 지금 청소년인 아해들이나 열하일기를 좀 읽고 다른 꿈을 꿨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른 꿈을 꾸는 가운데 논술은 따라올 것이다. 뭐 열하일기 읽을 정도면 사실, 논술 그까이꺼 누워서 떡 먹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