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과 키엘은 조금 특별하다.

엘링은 무슨 일을 하든 너무나도 걱정이 많아서 또 걱정이다ㅎ 그런 그의 생각을 엿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언젠가 나도 어렸을 적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전화를 받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사람.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일이 죽을만큼 싫었던 사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일을 눈물나게 힘들어 했던 사람이 바로 엘링이다.

키엘은 생각을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일이 서툴고, 또 한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내다. 이제 막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와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하는 행동은 ’꼬마아이’같아 너무 귀엽다. 그는 오슬로 시에서 지원해 주는 생활보조금의 거의 전부와 맞먹는 금액을 폰섹스로 날려버릴 만큼 여성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하다( 말 그대로 꼬맹이다ㅎ)  

이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읽고 있으면 사소하고도 사소한 일들이 전부 거대한 모험으로 느껴진다. 전화를 받는 일. 카페에 가는 일. 슈퍼마켓을 가는 일.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 이성을 만나는 일. 영화를 보러 가는 일. 고양이를 키우는 일. 이 모든 일상이 그들에게는 모험이다. 이런 모험을 지치지도 않고 해내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치 부모의 마음이 된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생각되고 도와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게 아니다. 묵묵히 그들을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그들은 정상인과는 약간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 않게 불러대는 ’정신병’이든 ’과대망상’이든 명칭이야 상관없다. 그가 우리와 아주 약간 다르게 생각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가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자신과 다른 어떤 것을 보면 ’틀리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엘링은 틀리지 않았다. 그의 세계 속에서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수많은 것들은 엘링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를 틀리다고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이야 말로 엘링의 눈에는 틀린 사람들로 비춰질 것이분명하다.

그리고 그들의 별장으로의 주말 여행

그들에게 여행은 세상으로의 행군이다. 갇혀있던 자신을 해방시키는 하나의 의식이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방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TV리모컨만을 만지작 거리던 두 사람이 새로운 친구 알폰스와 레이둔을 사귀고, 함께 주말 여행까지 가게 되다니. 게다가 여행을 가기 위해 키엘이 직접 차를 수리했다!! 이런 것을 보고 사람들이 장족의 발전이라고 부르겠지만, 두 사람에게 이 일은 장족의 발전 정도가 아니다, 거의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ㅎ

4사람과 고양이 두마리의 주말여행.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기분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처럼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왜 우리는 엘링과 키엘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도 충분히 고양이를 기를 수 있고, 또 친구들과 주말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게다가 슈퍼마켓을 가는 일따위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엘링과 키엘보다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들이 부러운 이유는, 사소한 모든 것에서 행복과 불행을 맛보는 그 순수함이 아닐까. 자신은 정상인이니까 남들과 다른점이 있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감정의 표현을 절제하고 티를 내지 않는게 지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의식구조. 우리가 정상인게 맞을까? 우리는 정상인이 되기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이러한 정상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웃고, 울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따름이다.

*처음에는 책의 표지가 너무 예쁜것에 혹해서 읽어 보고 싶어지고, 다음에는 노르웨이 소설이라는 사실이 신선해서 읽게 되고, 읽고난 후에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