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뇌 주간(3월 10~16일)을 맞아 뇌과학과 인지과학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뇌과학과 인지과학 연구는 정보기술을 비롯해 제약 기계 전자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통해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하고 있다.

실제로 기초연구 성과가 곧바로 신약개발 연구로 이어지는 기술의 압축발전이 이뤄지면서 이미 전 세계 뇌질환 치료제 시장은 100조원까지 성장했다. 무게 1300~1500ｇ(성인기준)에 불과한 뇌는 작은 우주에 비유된다. 약 140억의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정보를 주고 받으며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뇌다.

◆ 뇌질환 치료제 시장 100조원

= 김경진 한국뇌학회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핵심 중 하나가 될 뇌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뇌질환 치료 임상연구와 신경생물학 등 기초연구 간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과학이나 인지과학은 흔히 뇌질환을 연구하는 학문이나 의사들만의 학문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뇌 연구는 물리 화학 생물학 등이 총동원되는 기초연구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정보기술 약학 전자 기계 심리 언어 철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이 접목돼야 한다. 실용화와 시장성을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뇌신경생물 분야와 신경계 질환 원인 규명, 치료제 분야를 포함하는 뇌신경계 질환 분야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뇌정보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뇌신경정보와 뇌공학 분야, 정신활동 조절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뇌인지 분야는 자동차 조선 로봇 등 산업분야에 적용되면서 미래 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뇌과학과 인지과학의 파급효과는 나노소재,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항공우주 등 15개 첨단과학기술 중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 뇌연구 선진국과 5년 격차

= 한국은 뇌 연구 분야 후발주자지만 연구자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면서 선진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수영 KAIST 뇌과학연구센터장은 "10년 전 한국 뇌과학 연구는 미국에 비해 100분의 1, 일본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현재 미국은 5분의 1, 일본은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뇌신경계 기초연구와 기반기술, 뇌질환 치료제 개발기술 부문에서는 선진국과 5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다는 게 과기부 시각이다. 인공시각과 청각기술, 뇌신호 측정과 분석기술에서는 3년 정도 격차가 있다. 하지만 국내 연구성과가 이어지면서 이런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다.

김동구 뇌신경과학회 이사장도 "현재 생물학 분야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외국에 발표한 논문 중 약 70%가 뇌과학과 관련돼 있다"며 "향후 한국 뇌과학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뒤늦게 뇌과학을 전담 연구하는 정부출연기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또 2017년까지 10년간 1조5000억원을 뇌연구 분야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제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도 확정한 상태다.

우선 정부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간 예산 3800억원을 확보해 인력 200여 명으로 뇌연구 전담 기관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2010년대 초반이면 뇌연구원 외형이 갖춰지겠지만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너무 더딘 진행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1차 연구기간이 끝난 올해 연구공백이 염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수영 센터장은 "올해 뇌연구 2단계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계획만 있을 뿐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자들이 예산 때문에 1년 동안 연구를 못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은표 기자]

뇌과학이 이렇게 뜬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