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명절에 공부하겠다고 학교 가서 친구들과 공부는 반쯤 하고, 나물로 비빔밥 해먹고, 그리고 지쳐서 내려올 때 즈음 학교로 아버지를 만나러 온 연예인 박경림을 언덕 끝자리에서 봤다. 그냥 학생들이 연예인 보고 막말하듯이 아무 생각없이 뭐야 생각보다 얼굴이 작고 연예인 같잖아.라고 말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왜 그렇게 차에서 내리는 그 모습이 생생하던지, 그 이 후로 나랑 왠지 비슷한 사람이라고 내 맘대로 단정지어버렸다. 하고 싶은 것 많고, 몸에 열이 많고, 사람들 좋아하고, 그래서 열심히 방송활동 하는 모습보고 좋아하다가 여기저기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냥 또 입버릇 처럼 '질린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자라왔는지, 얼마나 발게 지치지 않게 자라왔는지, 방송을 보고, 그리고 전해 듣고, 그렇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채우고 더 큰 자신을 만들어오는 그녀를 보고 무작정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앞으로의 꿈을 향한 이력서를 쓰고 있는 그녀를 보고 무작정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을 향하여 지쳐가고 있는데, 받을 줄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 그 사람들 반응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주고 잊어버려야하는데, 내가 한 것에 비해 다른 사람들은 반응이 없다고 속상해하고, 다들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내 이야기는 들을 줄 모른다고, 그러다보니 난 지쳤다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내 의무만 채워가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냥 바라보고 부럽기만했다. 그녀를 보고 자극받아 나도 나아가야 하는데, 사람들을 멀리하려고만 하고, 내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이것 저것 재려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도 순수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고,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나눠줄 줄 아는 그녀가 너무나 좋았고, 내가 너무나 창피했다. 물론 중간중간 힘든 일도 있겠지만 나에게 비타민 같이 다가온 그녀가 너무나 좋았고, 나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아는 언니로서 바라보고 깨달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