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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밤에는 늘 머리맡에 놓여 있는 <지옥의 살라미 짱>이라는 만화를 읽었다.

몇 권이나 너덜너덜해져, 벌써 삼 대째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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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은 것은 엄마의 단행본이었다. 지금은 제단의 엄마 영정 앞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유난히 지쳤을 때만, 살며시 손에 들어 엄마를 추억하고, 충전하듯 가만히 볼을 갖다 댄다. 엄마의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엄마의 손을 만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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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살라미 짱>의 주인공 살라미는 미쓰코에게 엄마이자 친구이자 가족으로 기대어진 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만화책의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살라미로 추측하건데 밝고 경쾌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팔,다리가 긴 여자라는 것이다. 살라미에게서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엄마랑 많이 닮아서 이기도 하지만 '함께한 시간'을 떠올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미쓰코 사이를 연결해주는 오작교의 느낌이라 주주를 읽으면서 살라미와 함께 동행했다. 책표지를 잘 살펴보면 살라미를 볼 수 있다. ^^

주주는 스테이크와 햄버그 가게. p16

흐르는 음악은 컨트리 앤드 웨스턴. 통나무집 같은 인테리어에, 철판에 담겨 나오는 스테이크와 햄버그는 주주 소리를 내며 지글거린다. 커피는 엷게, 그리고 반드시 머그컵을 사용한다.

그런 가게 분위기는 70년대의,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이 청춘을 보냈던 시절의 꿈이었다. 일본이 희망에 불타 올랐던 시절의 냄새를 고스란히 가두어 놓은 듯한.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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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아빠와 엄마의 청춘이 담긴 추억과 사랑의 공간이다. 주주에서 미쓰코가 함께 일을하며 대를 이어간다는 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오가는 사람들, 단골손님과의 삶을 공유하며 단지 음식을 내어주는 식당으로써가 아닌 환담의 공간으로써 의미는 확장되어진다. 올드하고 빛바래어가는 식당이지만 그렇기에 지켜내야할 것들의 이유는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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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없어지고 개인주의의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 주주에서 벌어지는 이웃의 참견과 만남은 참으로 따뜻했다. 어떤이의 언어도 기꺼이 듣고 자신의 인생길의 도움닫기로 사용하는 '함께'라는 동질감을 풍겨내었다.

그러면서 인생도 풍요로워지고 현자처럼 지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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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보고, 취미 활동을 하고, 아무튼 돈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강요된 이미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는 것은 허망하다. 좀 더 소중하고, 귀찮지만 알기 쉽게 자신과 이어진 것은 언제든 그쪽에서 찾아온다. 그것을 사용하고 다루고 음미하고, 그런 것이 인생이다. 가게에서 온갖 사람들을 봐 온 나는 인생이란 그런 것임을 일찍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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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스테이크와 햄버그는 가게 안을 뒤덮으며 손님의 후각을 자극하고 주린배를 채워주는 동시에 인생의 무대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군침돌게! 맛있게!

삶의 긍정성은 다른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맛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주주에 간다면 미쓰코가 어떤 말이라도 해줄 것 같다. 주주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터득한 지혜로 터무니 없는 좋은 말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상상하게 한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내는 것은 그것을 알고 터득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미쓰코는 알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때문이다. 미쓰코 앞에 벌어진 인생 최대의 사건 조차도 끌어 안고 가는 것이 아닌 해결되어지고 놓아지며 새로운 사랑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변화무쌍한 삶이지만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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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 진다. p38

삶은 복잡해 질 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미궁일 것이다. 그럴수록 마음의 안정과 휴식, 실마리로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 테다. 발걸음을 돌려 주주에서 스테이크나 햄버그 한 입 베어물면 해답을 찾을 것이다.

주주는 모든이의 삶의 공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