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프랑스소설을 애정 한다. 일단 프랑스소설이라고 하면 눈이 번쩍 뜨이면서, 덥석 잡기가 일쑤인지라, <레이스 뜨는 여자> 역시 그런 일환에서 읽게 됐다. “조금은 무거운 소설을 읽고 싶을 때, 가벼운 소설에 질린 이들에게” 라는 식의 문구가, 나는 왠지 프랑스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더더욱...

사람은 타인에 대해 자기의 주관대로, 편견대로 판단하고 그걸 바탕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 보이는 만큼 알고 싶은 게 미묘한 사람의 감정일까. 가장 이성적이라 여겨지는 인간이 어떻게 보면 가장 비이성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모순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리라.

에므리 드 벨리네라는 남자는 바로 이런 면을 지닌 이들 중 한명이 아닐까 싶다. 그는 여주인공인 뽐므에게 기대했던 무언가가 없음을 알지, 그녀를 떠나보낸다. 뽐므는 프랑스 북부의 한 마을에서 어머니와 평범(이라고 하기엔 약간 미묘한)한 삶을 사는 여인이다. 이 여인에게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가 한명 있는데, 미용실 동료인 마릴렌. 순수한 결정체처럼 느껴지는 뽐므에 비해 마릴렌은 모든 면에서 그녀와 대조적이다. 남자들은 뽐므의 젊음과 순수함을 경외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릴렌은 이런 점에서 뽐므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소 이중적이다. 자신이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모성본능이 일면서도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둘이 여행을 가는 시골동네에서 마릴렌의 감정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릴렌은 뽐므를 홀로 남겨둔 채 떠났다. 이후로 뽐므는 홀로 남겨진 그곳에서 에므리 드 벨리네를 만난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전체 줄거리만 보면,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다. 한 여자의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만 그 방식이 독특하다. 그래서 처음 읽는 것에 있어서 조금 버겁기도 했다. 거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분량을 뽐므와 그녀의 주변 환경 및 인물들의 묘사에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시점이라는 것이 완전히 인물과 동떨어져 있던 관계로,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이 거의 되지 않았다. 이건 작가가 의도한 바이지만,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읽는 속도도 더뎠다. 뽐므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여성에 대한 현대시각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뽐므만이 아닌, 그녀의 어머니와 마릴렌 역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회학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랄까. 조금 난해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뽐므라는 인물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볼 때도 모호하다. 단순히 보면 평범하지만, 작가의 글쓰기 방식으로 인해 신비로운 인물로 비춰진다. 옮긴이의 해설을 읽어보니, 뽐므를 ‘부재’라는 단어와 엮었는데, 순간 띵~한 어떤 울림이 느껴지더라. 뽐므라는 여인이 주는 묘한 환상과 그 안에 내재된 우리 사회의 여성의 위치. 처음 매료된 문구였던, 무거운 소설을 보고 싶을 때,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한번쯤은 권해본다. 그러나 조금은 생각의 거리를 남겨두고 읽는 게 좋다고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