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면, 세상이 원하는 것 뿐 아니라 마음먹은 대부분의 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공부란 인간세상에서 중요하게 쌓아야할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부분을 채우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지 않나싶다. 나 하나만을 두고 보더라도, 공부한다고 수없이 다짐하고 주야장천 계획을 세우지만, 이루는 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공부에 관한한 인내심, 다른 말로 끈기가 필요할 듯싶으나 내게는 그게 굉장히 약한 부분이다. 한번 흥미가 생기면 순식간에 솟아오르긴 하는 만큼 식어버리는 것도 빠르다. 냄비정신에 철저히 입각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구나.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변한만큼 소위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공부에 올 인하는 게 반드시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개성을 살리고, 잘하는 분야를 특성에 맞게 이끄는 것이 현대 공부의 주된 목적으로 변화됐다. 물론 겉보기에 불과한 모습일지라도, 일단은 밖으로 보이는 성향은 대체로 그러한 것 같다. 예전에 비해 공부하는 분량이 현저히 줄어든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전에는 5과목을 공부했다면, 이제는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다. 이런 시각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이 저자인 <열공모드>에서는 완전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부하라는 문구에서, 공부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을 던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 살포시 논외로 돌아가면서, 책은 공부에 대한 초심을 강조한 듯싶다. 그러나 나는 의외로 이 저자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한다. 무조건 공부하라는 주장만을 펴는 게 아니다.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알려준다고 할까. 그걸 쉽게 풀었다. 때때로 추상적인 부분들이 등장할 때는 조금 갸우뚱하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년들이 읽기에 긍정적인 부분을 제공하는 것 같다.

내용 중, 지금보다 더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분량이 많다고 아우성인데,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왜 더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느냐하면, 그만큼 다양한 시각을 열 수 있고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인으로의 모습에 올바른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란다. 소위 우리는 교양과 공부를 따로 떨어져서 생각한다. 하지만 학창시절 우리가 배웠던 공부가 곧 교양이 된다는 것을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깨닫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적분이 사회에 나가서 쓸모없는데 왜 배우느냐? 라는 질문에는, 수학을 알면 사회생활의 조직에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적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아직 입시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더더욱 그리 생각되리라.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안가고, 공감을 못하겠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이해하더라도 행동이 안 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경험을 통해 느껴야 하는데, 인간이란 의외로 이런 경험에 대해서는 일회성인 것 같아서,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내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를 묻는다면, 여지없이 고등학교 때라고 말한다. 정말 후회 없이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서 공부를 하더라도, 또다시 후회는 올 것이라 여겨지는 건, 그게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공부는 끝이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특성에서 온 것은 아닐까. 책 속 질문 중,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112p)라는 것이 있다. 저자는 그 질문에 명쾌(?)하게, “당신이 말하는 정말 소중한 일이란 어떤 것인가요? 물론 그 해답을 모르니 이렇게 질문을 하셨겠지요.”라고 서두를 밝힌다. 살짝 불쾌감이 어려지나,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공부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안다면, 그걸 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게 불분명하다면(이런 이들이 다수이지 않을까),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같다. 저자가 제시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새로운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설명서를 읽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 우리가 사용설명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공부 덕이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확실히 남 주지는 않는다. 공부에 대한 어떤 계기(동기유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조금은 추상적이어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 효과를 발하지 싶다. 거기다 과목마다 공부를 조금 다루고 있는데(역시 추상적이긴 하나), 보는 재미도 솔솔 있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열공 모드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발걸음이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