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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이중언어 교육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싱가폴이나 필리핀, 홍콩처럼 영어로 하는 방송이 일상화 되어있고, 어릴때부터 제도권에서 영어를 생활화 하도록 교육받는다면 모를까, 현실적인 조건들을 감안해서 우리는 아직도 멀고도 먼 길을 가야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한국 엄마들은 대부분 내 아이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직업군에 도전해볼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나는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사용할 기회를 찾기 힘들뿐더러 생동감 넘치는 영어를 접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한계를 아이가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와 소소하게나마 영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영어 동화를 읽고, dvd를 보고, 영어로 말을 걸곤한다.내 딸 아이는 이제 한국말이 슬슬 확장되기 시작하는 25개월에 들어섰다. 문장으로 말을 하는 것을 즐기고, 영어 동화책을 통해 습득한 사물명을 생각날때마다 말하곤 한다.
처음에 나는 아이가 한가지 사물에 대한 두가지 명칭을 헷갈려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말대로 아이들은 일종의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서 반복만 해주면 금세 자기것으로 소화해낸다. 가령 "엄마코 어디있어요?"라는 말에 엄마코를 가리키고, "Where is mommy's nose?"라는 질문에도 동일하게 가리킨다. 어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하여튼 나는 내 아이가 철저하게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모국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어가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조언하는 바를 놓치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열심히 정독해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안데르손 부부는 스웨덴에서 4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자녀들이 영어와 스웨던어로 말할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단다. 4명이 모두 영어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단다.
그러고보니 아이들 각자의 특성도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턱대고 영어 플래시 카드를 들이대며 놀이식으로 공부를 해보자고 아이를 유인해도 어떤 아이는 즐거워하고, 또 다른 아이는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은 tip으로 실린 엄마표 홈스쿨링에 관한 내용인데, 나처럼 영어는 할수 있지만 원어민 수준이 아닌 엄마의 경우에는 집에서 계속 영어로 아이와 대화할 시도는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걷다라는 말을 생각할때 우리는 흔히 walk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마는데 반해, 원어민들은 뒤뚱뒤뚱 걷다 혹은 쿵쾅쿵쾅 걷다 등의 다양한 어휘를 활용한다. 따라서 자칫 단순한 표현을 구사하는 엄마를 통해 아이의 영어 수준이 제한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영어 문자 학습의 시기에 관한 내용도 인상적인데, 보통 모국어 문자를 인지할 단계가 되었을때 영어 문자 학습도 시작해야한단다. 문자의 세계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라서, 일단 문자의 세계로 들어오면 문자로 표현할수 없는 다양한 느낌과 경험들이 제한을 받을수 있단다. 이는 아이의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제한할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가지기 시작할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다.

이 책에서 표현한대로, 모국어를 구사하다가 외국어를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인격이 조금 바뀌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인격까지는 아니래도 어느정도 스스로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경험을 했을테다.
언어라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를 포괄하고 있다.
가령 우리가 한국어로 아이를 야단칠때와 영어로 야단칠때 억양이나 뉘앙스는 상당히 달라진다. 어쩌면 야단을 맞는 아이 또한 받아들이는 강도가 달라질런지 모른다.
따라서 단순히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국어를 사용하는 문화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편할테다. 현실적인 여건상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특성을 보여주는 dvd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아이로 하여금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고, 조금 더 적극적이게는 시간을 내어 그 나라에 가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로 하여금 동기 부여를 하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중언어...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나는 내가 영어를 즐기며 학습하듯, 내 아이도 영어를 즐겼으면 좋겠다. 죽자살자 매달리지 말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즐기며 친구가 되는것...쉽진 않지만 현실이 되도록 도울 생각이다. 결국 나의 영어도 아이의 영어도 늘 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