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사람이 있다.
그 맛깔스러움은 생동감을 더해 팔닥거리는 '활어'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글속에서 저자의 자유로운 영혼을 엿볼수 있는 글이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인듯 싶다. 
이 책의 저자 박찬일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소설 전공/잡지기자로 활약/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 공부/현재는 한국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셰프로 활동하고 있단다. 
글을 읽다가 문득 그의 이력을 찾아 보았다. 역시...하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왔다.  그네들 세계에서 말하는 소위 '글쟁이' 냄새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의 글은 톡톡 튄다. 그가 경험한 시칠리아 레스토랑 주방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를만큼 생동감 넘친다. 이탈리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물론, 냉정한 평가까지...읽고 있노라면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점점 좋아진다. 저자의 말대로 어찌나 우리랑 닮아있는지 신기해하며 연신 감탄사를 흘리며 책을 읽었다. 
반도이면서 다혈질들, 다채로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 음식의 종류들도 엇비슷한 모습들이 많단다. 그가 처음 유학갔던 것이 10년 전 일이었으니,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성향은 그대로지 싶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주방도 마찬가지일테고.
나는 개인적으로 주방에서 그리도 많은 폭력과 사건들이 발생하는지 꿈에도 몰랐다. 허긴, 얼마전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행해지는 폭력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는 심장이 벌렁거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일도 아닌지 모른다. 그래도 그 폭력의 정도가 조금 걱정스럽기까지 하니 이제는 달라졌기를 바래본다.


또하나 인상적인 것은 그가 근무했던 레스토랑의 주방장 주제뻬 바로네에 관한 것이다. 그는 나름 고집있고 다혈질이긴 하지만, 음식에 대한 철학만큼은 멋진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는 료를 고를때 누구보다 깐깐하다. 재료의 유통 경로를 알수 없는 것은 믿을수 없으니 사용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자연히 안면이 있는 이들을 통해 믿고 먹을수 있는 재료들만 사용해 요리를 한다. 요즘처럼 갖가지 유해 환경에 노출된 시대에 그런 장인 정신을 고수하는 요리사가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쥬제빼 바로네를 통해 저자 또한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을테다.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서 죻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노력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문득 저자의 글솜씨와 요리 솜씨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난지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궁금증을 해소해보고 싶다.이 책을 통해 최소한 그의 요리는 안심하고 먹을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들어서 좋다. 또한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글들을 출간해주길 바래본다.